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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더글로리' 이후에도 쿠팡 알바…지금도 늘 불안" [인터뷰+]

입력 2025-09-04 15:19   수정 2025-09-04 17:27

"더 이상 오디션장을 전전하지 않아도 되는 요즘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배우 정성일의 목소리엔 차분함이 묻어났다. 20년이라는 시간을 무명으로 버텼고, 연극 무대의 조명 아래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힘일 테다.

2022년 넷플릭스 '더 글로리'로 대중의 눈도장을 받은 그는 이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고 있다. 디즈니+ '트리거'에 이어 영화 '전, 란', 그리고 이번엔 '살인자 리포트'다. 이번엔 감정을 읽기 힘든 연쇄살인범이라는 복잡한 얼굴을 스크린 위에 드러냈다.

4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영화 '살인자 리포트' 개봉을 앞두고 만난 정성일은, '더 글로리' 이후 세간의 예상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았다고 고백했다.

앞서 그는 '전현무계획'에 출연해 "'더 글로리' 끝나고도 쿠팡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더 글로리'라는 대박 작품을 만나 빛을 본 줄 알았던 배우가, 방송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전에는 생활이 안 될 정도였어요. 당겨쓴 빚도 있었고, 갚아야 할 돈도 있었죠. '더 글로리' 출연료가 대단히 큰 것도 아니었고요. 작품은 성공했지만, 저는 생계를 이어가야 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계속했어요."

정성일이 아르바이트를 완전히 그만둔 건 불과 3년 전쯤이었다. "지금은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을 수 있어요. 예전엔 운동화 하나 사려면 3~4번 고민했는데, 이제는 두 번 정도 생각하면 살 수 있죠. 그렇게 부자는 아니에요. 그냥 알바 안 해도 되는 정도랄까요."

그는 "아르바이트는 대단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살기 위해 꼭 필요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글로리' 이후 변화는 단순한 수입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되는 삶'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연기만으로 생활이 가능해졌다는 것도 좋지만, 오디션을 안 본다는 게 제일 커요. 그게 진짜 힘들었거든요. 오디션 준비하고, 결과 기다리고, 떨어지고… 취업 면접을 수백 번 보는 느낌이에요."

수많은 문을 두드렸고, 그중 열리는 문은 열 개도 채 되지 않았다. 무대 위 공연도 마찬가지. 정성일은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지금에 닿았다. 그는 "출연 제의가 들어오는 걸 보며 '이제 좀 살겠다' 싶다. 하지만 늘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쓰임을 받아야 존재할 수 있잖아요. 대중의 관심이 있어야 하고, 계속 누군가가 날 원해야 해요. 그래서 항상 불안해요. 다음 작품은 언제 들어갈 수 있을까, 나를 또 써줄까. 그런 걱정을 늘 하게 됩니다."

'살인자 리포트'는 정성일의 첫 영화 주연작이기도 하다. 그는 "처음 주연을 맡아 부담도 있었지만, 홍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했던 것 같다"며 "예능도 많이 해 본 건 아니어서 시키는 건 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을까'보다 '너무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에 이 작품을 택했다고 했다. "숨을 수 없는 구조의 작품이라 두려움보다 설렘이 더 컸어요. '이 캐릭터 내가 꼭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보자마자 사무실에 전화해서 '이거 다른 사람에게 안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성일은 '살인자 리포트'에서 정신과 의사이자 연쇄살인범이라 주장하는 영훈 역할을 맡아 보는 이들까지 소름 돋게 할 포커페이스로 절제된 감정 연기의 끝을 보여준다.

그는 "인물을 이해할 수 있을 까란 고민을 시작했다. 20대 때 누나가 의료사고 비슷한 일을 겪은 적 있어 병원에서 소동 아닌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누나가 잘못됐으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겠다'는 감정에서 출발했다. 사적 제재는 복수보다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계산적으로 연기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상대 배우에 따라 많이 바뀌거든요. 대본을 다 외워서 가긴 하지만 현장에서 어떤 감정이 나올지 몰라요."

정성일은 조여정과의 호흡에 대해 "한길을 꾸준히 간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조여정과 '전, 란'에서 함께했던 강동원 둘 다 모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결같고, 진솔하고, 인간적인 면에서 존경스럽다"며 "현장에서 존경하는 마음에서 조여정을 '조 선생님이라고 불렀다"며 웃었다.


시사회 후 일각에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밀실 안에서 이뤄지는 새로운 형식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체스, 장기, 바둑과 같이 상대방 수를 알고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예측을 계속 하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질문을 하며 보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5일 개봉을 앞두고 정성일은 "아직도 긴장된다"고 털어놨다. "인생에서 영화를 찍고 스크린에 걸린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사실 '와~ 주연이다!' 이런 감흥은 없어요. 덤덤히 넘어가는 편이죠. 10년만 젊었어도 소리 지르고 다녔을 텐데요. (하하) 예전보다 조금 더 유명해졌다고 달라지고 그런 건 없어요. 혼밥도 하고 남들 하는 것 다 해요. 결과론적으로 이 자리에 있게 된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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