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차전지 대기업의 40대 직원 A씨는 2023년 11월 자택에서 업무용 노트북으로 가상 PC에 접속해 휴대전화로 3000여장에 이르는 사진을 찍었다. 거액의 연봉을 받는 조건으로 해외 협력사로 이직하려면 회사가 갖고 있는 기밀 자료를 빼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가 해외 기업에 넘긴 기밀 자료는 국가첨단전략기술 24건 등 총 920건에 달했다. 당국은 수사 끝에 올해 7월 그를 구속 기소했다.
4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국가정보원에 의해 적발된 기술유출 사건은 23건으로, 반도체 6건, 디스플레이 8건, 조선 4건 등이 포함됐다. 기술유출 건수는 2020년 17건에서 2022년 20건, 2024년 23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기술유출 사건은 총 105건으로 집계됐다. 해마다 평균 20건 안팎의 기술이 국외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중 반도체 기술유출이 41건(약 39%)으로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고, 디스플레이 21건(20%)과 자동차 9건(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최근 5년간 대기업에서 35건, 중소기업에서 60건이 발생했다. 특히 보안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은 2020년 6건에서 2022년 13건, 2024년 17건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국회는 올해 초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현황을 매년 정기국회 전까지 국회에 보고해야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정했다. 이번 자료는 법 개정 이후 첫 현황 보고다. 구자근 의원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초격차 기술 확보가 중요해짐에 따라 산업기술 유출 시도는 더욱 고도화되면서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술 유출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전에 방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제도와 컨트롤 타워를 마련하는 것이다"고 말했다.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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