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05일 07:2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증하면서 서울 호텔 투자 시장이 사상 최대 호황기를 구가하는 반면 지방에선 매각 실패가 속출하며 '투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서울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복귀·진출이 잇따르며 자산 가치가 급등하는 가운데 지방 호텔은 인수자를 찾지 못해 리츠 만기 연장과 리파이낸싱에 의존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평가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부산 마티에 오시리아' 호텔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올해 상반기 리츠 및 담보대출 만기를 앞두고 자문사를 선정해 매각 작업을 추진했으나, 원매자를 찾지 못해 결국 리츠 운용 기간을 2년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마티에 오시리아는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2층~지상 26층, 약 200실, 연면적 2만8791㎡ 규모로 2022년 3월 준공됐다. 케이비부산오시리아호텔 리츠는 같은 해 5월 총 840억원을 들여 부산 마티에 오시리아 호텔을 인수했다. 호텔 책임임차인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보유 지분 50%)가 최대주주이고, 유진투자증권(18.33%), SK증권(15%), KB증권(13.33%) 및 개인투자자 등이 리츠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전통적인 인기 관광지도 예외는 아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달 '신라스테이 해운대' 입찰을 진행했으나, 단 한 군데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해운대 해변을 바라보는 407실 규모의 4성급 호텔임에도 인수의향자가 아예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당분간 매각 계획을 접고 23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을 진행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매각하는 '신라스테이 동탄'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블루코브자산운용이 투자자 모집에 실패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수년 전 매물로 나온 '신라스테이 제주', '파르나스 호텔 제주', '해운대 L7' 등도 인수의향자를 찾지 못해 올해 들어 매각을 연기하거나 철회하고, 대출 연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면 서울 호텔 투자 시장은 글로벌 최고급 호텔 브랜드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옛 남산 힐튼호텔 부지를 재개발하는 '이오타 서울'에는 '리츠칼튼'이 2031년 입점할 예정이다. 2016년 강남점 계약 종료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지 15년 만의 복귀다. 한화그룹이 개발하는 서울역북부역세권개발 사업 호텔 운영사로는 글로벌 럭셔리 호텔 브랜드 '만다린 오리엔탈'(2030년)이 확정됐고, 서울 청담동 프리마호텔 부지에는 글로벌 프리미엄 호텔 브랜드 '아만'(2030년)이 들어올 예정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서울 주요 지역 호텔의 평균 객실 평균요금(ADR)은 2022년 14만5000원에서 지난해 19만4000원으로, 5성급 호텔은 같은 기간 28만8000원에서 34만6000원까지 크게 뛰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향후 2년간 연평균 10% 내외의 추가 상승률도 예상된다. 호텔 공급은 제한적인 반면, 방한 관광객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누적 방한 관광객 수는 883만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844만명) 수준을 웃돌았다. 서울 호텔 가격이 여전히 글로벌 평균 수준을 밑돌고 있는 점도 상승 여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부동산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 호텔은 관광 수요가 특정 계절과 주말에 집중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지방 자산의 구조적 수요 부진과 낮은 환금성으로 인한 자산 시장의 양극화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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