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급하고 변덕스럽게 시장에 개입하면 오히려 큰 혼란을 초래하곤 한다.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널뛰기식 대응’은 정책을 그르치기 일쑤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도 이 같은 정부의 근시안적 처방을 두고 ‘샤워실의 바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시 윤석열 정부가 ‘디딤돌(주택구매자금) 대출’ 정책을 두고 오락가락하자 이 용어를 꺼내 들기도 했다.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중장기적인 근본 대책보다 단기적 대응에 치중한 경향이 없지 않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투기 억제책으로 20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값은 잡지 못해 정책 신뢰만 잃고 말았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확대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공급 부족 우려 등에 아파트값은 오히려 폭등했다.
부동산 정책은 ‘뜨거운 감자’다. 규제만 강화하면 부작용과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이 대통령 취임 뒤 처음 나온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6·27 부동산 대책)은 대출 규제 중심이었다.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6억원 제한’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집값 상승세가 꺾이며 어느 정도 ‘약발’은 먹혔다. 하지만 대출 중단·축소로 전세난이 심화하고 내 집 마련 꿈을 가졌던 서민이 계약을 포기해야만 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시장의 눈은 이제 ‘공급 대책’에 쏠려 있다. 정부는 수도권 유휴 부지와 미매각 토지 등을 활용해 수만 가구 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기 신도시는 용적률을 높여 공급 물량을 늘리고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도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책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을 ‘공급 틀’을 갖춰야 한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도 필요하다. 택지 개발과 인허가, 재정 지원 등에서 지방정부와의 협력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극단으로 오가는 단기 처방이 아니라 꾸준한 ‘공급 메시지’를 시장에 주는 것이다. 기다리면 집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이 퍼져야 ‘패닉 바잉’(공포 매수)을 막을 수 있다. 조만간 나올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신뢰를 줘 더 이상 샤워실의 바보짓을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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