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붕괴 위기에 놓인 필수 의료를 살리겠다며 의사들이 기피하는 고난도 수술 등 의료행위의 수가를 크게 올렸지만, 전체 진료비에서 필수 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의사들의 보수를 높이는 재정적 지원만으로는 무너져가는 필수 의료 체계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적극적인 수가 인상 정책에도 불구하고 필수 의료 위기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체 진료비에서 필수 의료 행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4.6%에서 2020년 14.6%로 변화가 없었다. 이후 2022년 대규모 수가 개선으로 20.9%까지 일시적으로 급등했으나, 2023년 19.3%, 2024년 19.2%로 다시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19.8%로 다소 반등했지만, 여전히 20% 선을 밑돌았다.
더 큰 문제는 환자 수요 자체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이다. 필수 의료의 한 축인 소아청소년과의 연간 환자 수는 2016년 605만 명에서 올해 상반기 394만 명으로 급감했다. 저출생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진료 인프라 붕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분만을 책임지는 산부인과도 사정은 비슷하다. 연간 환자 수가 2016년 604만 명에서 올해 상반기 436만 명으로 급감했다. 환자가 줄면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고, 결국 산모와 아이가 위급할 때 기댈 곳조차 사라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필수 의료의 저수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해서 상대가치점수를 인상해왔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에 따르면 상대가치점수는 요양급여에 드는 시간·노력 등 업무량, 인력·시설·장비 등 자원의 양, 요양급여의 위험도 및 요양급여에 따른 사회적 편익 등을 고려하여 산정한 요양급여의 가치를 각 항목 사이에 상대적인 점수로 나타낸 것으로 한다. 심장 수술, 대동맥박리 수술, 신장이식, 태아 치료 등 고위험·고난도 수술 다수는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점수가 큰 폭으로 상향됐다.
그러나 재정적 보상만으로는 붕괴 위기의 필수 의료를 지탱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단순히 수가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의사들을 필수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게 만들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수가 현실화뿐 아니라 과중한 업무 부담 완화,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 등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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