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당장의 성과보다는 가능성을 보고 큰 금액을 투자해줬습니다. 한국에 돌아가 교수가 되는 대신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최근 미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디엔진에서 만난 성영규 애틀랜틱퀀텀 대표는 “이제 겨우 창업 3년 차로 시리즈 A도 진행하지 않은 신생 기업이지만 정부 지원금을 합쳐 지금까지 받은 투자금액이 약 200억원에 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디엔진은 MIT에서 설립한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터다. 초전도체 기반의 양자컴퓨터를 연구개발하는 애틀랜틱퀀텀은 디엔진의 도움을 받아 2022년부터 이곳에 자리 잡았다. 아직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MIT, 미국 정부 등은 애틀랜틱퀀텀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미래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연구여서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연산 능력을 갖춘 차세대 컴퓨터로 주목받고 있다. 그간 암호해독을 비롯해 군사적 측면이 부각됐지만 최근에는 환경적인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암모니아 합성이 대표적이다. 합성비료 원료인 암모니아를 합성하기 위해 하버공법을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이 배출되고 환경오염이 생긴다. 하지만 자연계에서는 질소동화작용을 통해 암모니아를 생성한다. 이 같은 자연의 에너지 효율을 현재는 완벽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어렵다. 양자컴퓨터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성 대표는 “양자컴퓨터를 통해 직접 실험하지 않고도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함으로써 효율적인 화학 공정 기술 개발에 필요한 연구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약회사들의 관심도 크다. 신약을 개발할 때 복잡한 화학반응을 이해해야 하는데, 실험 자체가 어려워 시뮬레이터가 필요하다.
양자컴퓨팅은 아직 상용화 전 단계다. 성 대표는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 경쟁이 진행 중”이라며 “일단 한 기술이 상용화되면 그것이 표준화되는 단계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MIT가 집중하는 것은 이 가능성이다.
절대적인 믿음은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애틀랜틱퀀텀은 2022년 구글, IBM 등에서 사용하던 트랜스몬 큐빗보다 에러율이 열 배 이상 낮은 새로운 방식의 플럭소늄 큐빗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케임브리지=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