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는 내년 예산과 기금 총지출을 15조9160억 원으로 편성해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고 녹색금융 지원을 강화한다고 9월 2일 밝혔다. 정부는 내연기관차를 폐차하거나 교체하고 전기차를 사는 사람에게 기존 보조금에 더해 100만 원을 추가 지원하기 위해 1775억 원 규모의 ‘전기차 전환지원금’을 신설했다. 줄어들던 무공해차(전기·수소차) 보조금도 내년에는 차종 구분 없이 올해 수준을 유지한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을 덜기 위해 20억 원 규모의 ‘전기차 안심보험’도 새롭게 도입한다.
이 같은 지원은 이미 늘어나고 있는 친환경차 수요와 맞물린다. 지난 7월 국내 친환경차 판매량은 7만7000대로,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량의 절반이 넘는 55.3%가 친환경차였으며, 이는 지난 5월 처음 과반을 넘은 이후 두 번째 기록이다.
전기·수소차 대중화 속도전
환경부는 운수업체의 초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기·수소버스 구매 융자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버스업계는 차량 가격이 높아 전환에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정부 융자가 도입되면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충전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재정과 민간투자를 결합한 ‘인프라 펀드’를 조성해 고속도로와 도심 충전소 확충을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만으로는 수익성을 내기 어려워 충전소 설치가 지연됐는데, 정부가 지원하면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 사업도 시작된다. 공기의 열을 활용해 난방을 전기화하는 방식으로, 화석연료 난방을 대체해 온실가스배출을 줄일 수 있다. 환경부는 “화석연료 보조금을 줄이고 절감한 재원을 히트펌프 보급에 투입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음식물 쓰레기, 하수 찌꺼기, 가축 분뇨 등을 활용한 바이오가스화 사업도 확대된다.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자원순환 효과까지 노린다는 구상이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햇빛연금’ 제도도 신설된다. 상수원 관리지역 공동 건물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판매하고, 수익을 주민이 나누는 방식이다. 재산권 행사가 제한돼온 지역 주민에게 새로운 소득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회용기 보급사업 역시 크게 확대돼 현재 119개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사업은 내년에 163개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카페, 음식점, 지역 축제 등에서 매년 3140만 개의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녹색금융 8조6000억 원 공급
환경 분야 기술개발 예산은 4180억 원으로, 올해보다 19.8%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다. 기후 대응 기술개발 예산만 537억 원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온실가스 저감 기술에 집중 투입된다. 환경부는 “환경 연구 기반이 위축된 흐름을 되살리고, 탄소중립 시대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금융 지원도 확대된다. 내년 녹색금융 투자 규모는 8조6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9000억 원 늘어난다. 시중은행 담보대출이 어려운 스타트업·벤처기업에는 보증을 제공하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적용한 녹색채권·유동화증권 발행 기업에는 이자 지원을 확대한다.
환경부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망 강화에도 예산을 집중했다. 매년 반복되는 폭우에 대비해 물관리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리고, 국가하천 정비 예산은 25.2% 증액했다. 전국 하천에 설치된 CCTV 1000대에는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해 인명 상황을 자동 감지할 수 있도록 하고, 하수관 정비와 대심도 빗물 터널, 지하 방수로 투자를 확대한다.
생활 안전을 위해 맨홀 추락 방지 시설 20만7000개를 설치하고, 국립공원 22곳에는 사물인터넷 기반 산불 감지 시스템을 구축한다. 산불뿐 아니라 낙석·산사태 등 자연재해 대응도 강화한다. 정수장 내 과불화화합물(PFAS) 감시망 확충, 광역상수도 고도화, 정수장 점검 로봇 도입 등 먹는 물 안전 대책도 포함됐다.
또 4대강 재자연화와 먹는 물 안전을 위해 비점오염저감시설과 가축 분뇨 처리시설 예산을 대폭 확대한다. 조류 경보 대응 체계도 새로 마련해 낙동강에 우선 도입한 뒤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취·양수장 시설 개선도 추진해 녹조 발생 시에도 안정적인 물 공급을 보장한다.
“녹색 전환과 안전, 두 마리 토끼 잡겠다”
금한승 환경부 차관은 “내년도 환경부 예산안은 탈탄소 녹색문명 전환, 기후 위기 시대 대비 인프라 확충, 사람과 환경의 공존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뒷받침하도록 편성했다”며 “국회 심의 과정까지 충실히 준비해 예산안이 국민 삶에서 실질적 변화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전환지원금과 전기차 안심보험 신설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보조금만으로는 여전히 소비자 부담이 크다”며 “충전 인프라 확충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보급 확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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