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건배 제의를 하겠습니다. 다함께 이뤄내는 지속가능한 성장, 우리 모두를 위한 번영을 위해, 건배! (Let me propose a toast. Sustainable growth, we build together. Prosperity, for all of us! Cheers!)"

지난 4일 저녁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 환영만찬에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의장으로서 건배를 제의했다. 한 장관은 환영사와 건배사 모두 유창한 영어로 진행했다.
이때 잔에 담긴 건배주는 제주 전통 발효주 '녹고의 눈물'이었다.
녹고의 눈물은 제주 설화에서 유래한 이름을 붙인 전통주다. 제주 섬오가피 뿌리 100%를 넣어 빚었다. 60일 동안 발효하고 1년 동안 숙성해서 완성된다. 맑은 갈색빛에 상큼한 산미와 은은하게 퍼지는 쌉싸름한 향이 특징이다. 도수는 16도다. 녹고의 눈물 외에 다른 주류로는 '밀라만 리저브 샤도네이' 2021년 빈티지 화이트 와인과 '바르베라 다스띠 레 오르메' 2022년 빈티지 레드 와인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녹고의 눈물 설화는 제주 서쪽 수월봉 해안절벽을 따라 걷는 올레 12코스 길과 관련된 이야기다. 이 벼랑길 곳곳에서 물이 솟아나는데 이 물을 '녹고물'이라 부른다. 옛날 옛적에 수월이와 녹고라는 남매가 홀어머니 병구완을 위해 수월봉에 오가피를 캐러 갔다가 누나인 수월이가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자 동생 녹고가 누나를 목놓아 부르며 울다가 '녹고물'이 되어 벼랑에서 흘러내린다는 설화가 이어져오고 있다. 실제로는 이 물은 해안절벽에 화산재 지층을 통과한 빗물이 화산재 지층 아래 진흙으로 된 불투수상 지층인 고산층을 통과하지 못하고 흘러나온 물이라고 한다.



이 날 환영만찬의 메뉴는 제주 특산품으로 구성됐다. 전채로는 감귤젤리 위에 랍스터, 전복, 관자, 딱새우와 레몬 드레싱이 나왔고 제주 한라산에서 채취한 표고버섯 스프가 이어 나왔다. 특이한 점은 호텔 저녁 메뉴로는 잘 볼 수 없는 비빔밥이 포함돼있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온 APEC 장관들을 위해 특별 구성한 것이다. 전복구이를 곁들인 산채 비빔밥 이후엔 입안을 상쾌하게 해주는 제주 한라봉 샤벳이 서빙됐다. 메인 메뉴로는 소고기 안심과 랍스터 구이, 매시드 포테이토와 구운 야채가 나왔다. 디저트로는 계절과일, 오메기떡, 감귤 칩, 치즈곶감말이, 호박식혜 등이 올라왔다.
환영만찬에는 인도네시아 중소기업부 장관 Maman Abdurrahman, 페루 생산부 장관 Sergio Pedrosa, 일본 경제산업성 부대신 Yuichiro Koga, APEC 사무국장 Eduardo Pedrosa, 오영훈 제주도지사, APEC 회원국 수행단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제주 어부사 무대도 즐겼다. 어부와 해녀 등으로 분한 제주도립무용단 소속 무용수들이 제주 바다와 해녀 문화, 바람 등을 춤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제주=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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