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뽑아내던 사혈에서 유전자 맞춤 항암제까지 인류는 질병을 해석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꿔왔을까. 서울대 의대 전주홍 교수가 펴낸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는 의학의 발전사를 ‘관점의 전환’이라는 틀로 새롭게 읽어낸다. 전쟁과 혁명, 문화와 사상뿐만 아니라 수많은 질병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도 인류 역사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흔히 영웅적 의사나 획기적 발명으로 설명되는 서술을 넘어 시대의 철학·예술·사회적 맥락이 치료법과 지식 축적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추적한다.신의 노여움으로 이해된 주술적 치료에서 네 가지 체액의 균형을 중시한 체액병리학, 해부병리학과 분자의학, 오늘날 정밀의학에 이르기까지 의학은 끊임없는 오류와 전환, 우연과 발견을 거쳐 진화했다. 르네상스 시대 원근법의 등장이 해부학 발달을 이끌었고, 세계대전의 ‘암호 해독’ 열망은 개인맞춤의학의 씨앗이 됐다는 설명은 역사와 의학을 잇는 저자의 시선을 잘 보여준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