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2시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초등학교 앞은 하교하는 자녀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지난달 28일 이곳에서 170m가량 떨어진 사거리에서 아동 유괴 미수 사건이 발생하자 불안해진 학부모들이 직접 마중 나온 것이다. 1학년 학부모 구모씨(35)는 “아이가 걱정돼 당분간 등하굣길에 동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서대문구 학교에서 잇달아 발생한 초등생 유인 미수 사건으로 학부모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첫 신고 이후 “유인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나 추가 신고가 접수되고 가해 일당(사진)이 검거되자 초동 수사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범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30분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탄 20대 남성 3명이 창문을 내리고 초등생 두 명에게 말을 걸자 학생들이 겁에 질려 도망치는 모습이 담겼다. 다른 학교 소속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 두 명도 비슷한 피해를 봤다.
가해 일당은 20대 동갑내기 친구들로, 두 명은 대학생, 한 명은 자영업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동종 전과나 아동 성범죄 전력은 없으며 사전에 범행을 모의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은 “아이들이 놀라는 게 재밌어서 장난 삼아 한 일”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학부모로부터 첫 신고를 접수했으나 엉뚱한 차량을 용의선상에 올려 피의자들의 초기 검거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당 초등학교가 지난 1일 유인 시도 사실을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배포하고, 2일 언론 보도로 이어지자 경찰은 “그런 사실이 없었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추가 신고가 접수되고 용의 차량이 제대로 특정되면서 3일 피의자 검거에 성공했다.
학부모 정모씨(46)는 “가정통신문도 배포되고 단체 채팅방에도 조심하라는 공지가 올라왔는데 경찰이 ‘문제없다’는 식으로 발표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첫 신고 당시 용의 차량은 흰색 스타렉스였으나 실제로는 쥐색 쏘렌토였다”며 “이런 탓에 초기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김다빈/김유진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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