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금 선물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26.2% 상승했다. 코스피지수 연중 상승률(33.5%)에는 못 미치지만, 나스닥지수(12.6%)와 S&P500지수(10.8%) 등 미국 증시는 물론 비트코인(12.6%) 상승률을 크게 앞선다.
금값은 지난해에도 30% 가까이 급등했다. 신흥국 중앙은행과 아시아 투자자의 매수세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각국 중앙은행은 달러 자산 의존도를 낮추고 외환보유 다변화를 위해 앞다퉈 금을 사들였다. 특히 중국, 튀르키예, 폴란드, 러시아 등 미국과 관계가 악화하거나 지정학적으로 불안한 국가의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금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렸다. 개인투자자 수요도 아시아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예컨대 중국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위안화 약세 우려가 겹치면서 금괴·주화 판매가 폭증했다.
올해 금값은 미국과 EU 등 선진국이 끌어올리고 있다. 선진국 투자자 사이에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금 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Fed가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는 금 수요를 자극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Fed 간 긴장도 금값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Fed의 금리 결정에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Fed의 독립성이 흔들릴 위기에 처하자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서 달러와 미 국채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상품 리서치 책임자는 “정치적 리스크가 높아지자 개인들이 금을 더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다”고 했다.
전체적인 금 수요 역시 귀금속 시장에서 투자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2분기 귀금속 시장의 금 수요는 417.2t이었는데 올해 2분기엔 356.7t으로 14.5% 줄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수요도 같은 기간 21.3% 줄어든 166.5t을 기록했다. 반면 투자 시장의 금 수요는 268t에서 477.2t으로 78% 급증했다.
금값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Fed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된다면 금값 상승세도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내년 중반께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가 보유한 미 국채 자산의 1%만 금으로 이동해도 500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가격 급등에 따른 단기 과열 우려도 적지 않다. 금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향후 Fed의 통화정책이나 주요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일시적인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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