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정치인은 자신만의 기술을 갈고닦는다. 최근 미국 정치권에선 ‘사법의 무기화’라는 기술이 유행하고 있다. 원래 이 기술을 먼저 도입한 건 민주당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기술을 더 정교하고 공격적으로 다듬고 있다.민주당은 법을 활용한 정치 공격을 꽤 어설프게 했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 한 사람을 정치적으로 무력화하려고 했다. ‘러시아와의 공모’ ‘폭동 선동’ 같은 충격적인 범죄 혐의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씌우려 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대부분 실패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한 이후 백악관은 민주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집요하게 상대 진영을 법으로 공격하고 있다. 수사 목록은 의회의 초대형 예산 법안만큼이나 길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잭 스미스 전 특별검사,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애덤 시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리사 쿡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 등. 이는 극히 일부다.
거창한 범죄 혐의를 억지로 만들어낼 필요도 없다. 일상적인 혐의로도 충분하다. 코미와 브레넌은 ‘연방 정부에 대한 위증’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시프, 제임스, 쿡은 좀처럼 기소되지 않는 ‘주택담보대출 서류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가장 독창적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혐의 제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역시 지지층에 ‘먹잇감’을 던져주고 있지만, 동시에 혐의 제기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한다. 자신의 정책(쿡 이사에게 금리 인하 압박)을 따르게 하거나 특정 단체(언론사 위협)를 침묵시키려고 한다. 그는 법무부가 정치로부터 독립적이라는 최소한의 원칙도 버렸다. 법무부에 공개적으로 수사 지시를 내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혐의를 없애주는 것마저 권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뉴욕시장의 범죄 혐의를 무마해준 뒤 그를 정치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인을 표적으로 삼고, 혐의와 수사 상황을 대중에게 떠들썩하게 알려서 상대를 압박하고, 양보를 받아내거나, 혐의를 방어하는 데 막대한 돈을 쓰게 만드는 순간 그것은 ‘사법의 무기화’가 된다.
미국의 역대 지도자들은 정치 행위를 범죄로 만들어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하면 끝없는 복수전이 시작될 위험성을 잘 이해하고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우리는 이미 나락에 도착했다.
원제 ‘Trump Triples Down on Lawf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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