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대화는 해야 한다. 일단 만나서 싸우든지 말든지 해야 한다.”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열린 양대 노총 간담회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당부했다. 3일 국회 주도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결정한 민주노총이 이 기회에 경사노위에도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정부의 중재하에 노사 간 치열한 논의가 오가는 대통령 직속 경사노위가 공식 대화 틀이라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한 것은 분명 진일보한 결정이지만 초거대 여당이 주도하는 국회에만 의지해서는 균형성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옥죄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사회적 대화를 강조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주 4.5일 근무제와 정년 연장 등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안이 쌓여 있는 시점에 대통령이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사반세기 만에 물꼬를 트는 사회적 대화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민주노총의 참여다. 민주노총은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의 마중물이 된 ‘2·9 사회적 대타협’을 이뤘지만 이듬해 경사노위(당시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고 이후 26년간 대화 참여를 거부했다.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 합의에 이용당했다는 ‘트라우마’ 때문이다. 하지만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최근 정치 지형 변화를 짚으며 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 합류를 결정한 것처럼 이제는 트라우마를 벗어던질 때다.
대통령의 당부에 이어 노동계의 또 다른 축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4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큰 틀의 합의를 선언하고, 경사노위 중심으로 대화를 이어가자”고 못 박았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외면은 더 이상 명분이 없다.
정부도 사회적 대화의 틀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화 참여 주체를 비조합원, 비정형 근로자, 청년 등 소외 계층으로 확대해 대표성을 강화하고, 노사에 의제 설정 주도권과 책임감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은 “중대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사회적 대화에서의 논의를 의무화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경직성 등 노동 현안은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좌우할 변수다. 최근 한국 경제가 안팎으로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대화의 장에 나서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책무다. 경사노위 참여 없이는 ‘사회적 책임 없이 과실만 얻으려는 체리피커’라는 지적을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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