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과급을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볼 수 있을까. 성과급이 임금이므로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해 달라는 소송이 줄을 잇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직원 1인당 최대 1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대기업 재무 구조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부 하급심 판결에서는 임금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심지어 삼성전자에선 하급심 별로 다른 판단을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엇갈린 하급심 판결의 문구는 더욱 극적으로 대조를 보인다.
<i>"개별 근로자들의 근로 제공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모이지 않으면 회사의 사업 수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임금성 인정)</i>
<i>"(성과급은) 개별 근로자의 근로 양이나 질 보다는 세계·국내경제 상황, 경영진의 경영 판단 등 개별 근로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서 영향을 받는다. 삼성전자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라 글로벌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면 더욱 그렇다" -수원지방법원 제15민사부(임금성 부정)</i>
고용노동부는 '고정 성과급'의 경우 1/12로 나눠 평균임금에 반영하는 지침(임금 68207-513, 2003.07.01.,고용노동부예규 제96호)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고정 성과급이 아닌 성과급에 대해서는 지침은 물론 명확한 대법원 판례도 없어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성과급의 임금성 여부와 평균임금 산정 방식에 대해서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가 없다”며 “대법원이 임금성을 인정할 경우 어떤 계산 방식을 취할지에 따라 기업 부담은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백번 양보해 지침을 따른다 해도 20년 근속 근로자 기준 약 1억6000만원가량의 추가 퇴직금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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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이는 평균임금의 요소인 '정기적·일률적' 지급과 기업의 '지급 의무'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일부 하급심 법원은 회사 전체 성과를 기준으로 전 직원에게 동일하거나 일정 비율로 배분되는 성과급은 평균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 있어서 SK하이닉스 사례도 이 범주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한 HR 전문가는 "임금협약으로 성과급 지급 근거와 재원, 내용을 규정한 것은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며 의구심을 표했다.
재계는 대법원 판결이 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올 경우 대기업 보수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기본급 비중을 줄이고 성과급을 늘려온 일부 대기업의 흐름이 ‘퇴직금 폭탄’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1억원 성과급' 지급 이후 삼성전자 등 다른 회사들이 비슷하게 성과급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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