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세포는 자신을 면역세포가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두꺼운 성벽을 쌓습니다. MP010은 이 장벽을 허물어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할 수 있게 만들죠.”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는 6일 인터뷰에서 “MP010은 기존 항암 기전의 한계를 극복하고, 난치 고형암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혁신신약 후보물질(퍼스트인 클래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암세포는 종양미세환경(TME)에서 면역세포의 접근을 막고, 면역 반응을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취한다. 특히 췌장암, 담도암과 같은 난치성 고형암의 경우 주변을 섬유질 기반의 ‘암의 장벽’으로 감싸 외부 공격을 철저히 차단한다.
이 장벽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벽을 넘어서, 면역세포의 ‘눈을 멀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면역세포가 암세포 근처까지 접근하더라도 이를 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은 채 비활성화된 상태로 머물고 있다.
메드팩토는 이 같은 장벽을 뚫기 위해 △TGF-β 억제 기능과 △EDB-FN 타깃 기능을 결합한 이중 기능 융합 단백질을 설계했다. 항암 신약 MP010은 FEBM이라는 펩타이드 도메인을 통해 암세포 주변에 과발현되는 EDB-FN에 정밀하게 결합하고, 동시에 TGF-β 신호를 차단하는 수용체 도메인을 통해 암의 방어기제를 무력화한다. 이를 통해 암조직 내 면역세포 침투를 유도해 자발적인 항암면역 반응이 일어나도록 한다.
TGF-β는 암 조직에서 면역세포의 접근을 막는 물질로, 종양 미세환경에서 일종의 '면역 억제 장벽' 역할을 한다. 이 물질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면역세포가 암조직으로 침투하지 못하게 되고, 면역항암제조차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TGF-β 신호를 차단하면 암세포를 둘러싼 장벽이 무너지며, 면역세포가 내부로 들어가 암을 공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김 대표는 “MP010은 암세포의 바깥에 많이 있는 EDB라는 단백질을 정확히 인식해 암을 찾아가고, TGF-β 신호를 억제해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기존 면역항암제가 듣지 않던 암에서도 면역세포가 작동하게 해 치료 효과를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비임상 동물시험에서 MP010은 PD-1 등 면역항암제를 병용하지 않고도 단독으로도 면역세포가 암을 직접 공격해 제거하는 자발적인 면역작용을 유도했다. 특히 난치암에서 완전관해(CR)가 확인되기도 했다. 기존 면역항암제 치료가 잘 듣지 않는 면역저항성 고형암에서 효과를 나타낸 점이 주목된다.
MP010은 라스(Ras) 돌연변이와 TP53 유전자 결실을 가진 PKCY 마우스 모델에서 단 5회 투여만으로 암이 완전히 사라졌고, 투여 종료 후 300일까지도 재발이 관찰되지 않았다. PKCY는 인간 췌장암과 유전적으로 가장 유사하고 치료 저항성이 강한 모델이다. 기존 항암제인 젬시타빈은 생존기간을 소폭 연장하는 수준에 그치는 반면 MP010은 암세포를 근본적으로 제거했다.
Panc02는 면역 기능이 정상인 생쥐에 췌장암 세포를 이식해 만든 모델로, 항암제나 면역항암제 효과를 보기 위해 자주 쓰인다. 이 모델에서 MP010을 투여했더니 70%에서 암이 완전히 사라진 CR이 나타났고, 암이 없어진 뒤 50일이 지나 같은 암세포를 다시 넣는 실험에서도 재발 없이 생존이 이어졌다. 이 같은 면역기억 효과는 200일, 1년 이상 장기 생존으로 이어졌고, 실험군에서 중심기억 T세포와 효과기억 T세포 모두 전신성 TGF-β 저해제 대비 높게 나타났다.
또한 전신 노출을 최소화하는 약물 구조 설계를 통해 심장 독성, 피부 반응, 혈액 독성 등 기존 TGF-β 저해제의 주요 부작용 우려도 줄였다. 김 대표는 “기존 TGF-β 저해제는 효과는 분명했지만 전신 독성 우려 때문에 고용량 투여가 어려웠다”며 “MP010은 암세포를 찾아가는 셔틀 역할을 하는 타깃 도메인을 장착해, 정상 세포 노출을 최소화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용량을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메드팩토는 내년 상반기 MP010의 임상 1상 착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에는 단독요법으로 진행한 뒤, PD-1 또는 기타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전략도 순차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췌장암, 삼중음성유방암, 두경부암 등 난치 고형암 중심으로 적응증을 확보할 계획이다.
메드팩토는 MP010의 비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SCI급 상위 저널에 논문 투고를 준비 중이다. 그만큼 방대한 비임상 데이터를 신뢰도 높게 축적해온 결과다. 김 대표는 “MP010은 글로벌 시장과 학계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춘 항암제 신약”이라며 “SCI급 최상위 저널에 투고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비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기술이전 성과와 임상 진입 모두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5년 9월 6일 15시09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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