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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수익률이 연중 가장 저조하다는 9월이 시작됐습니다. 9월은 전통적으로 계절성이 가장 안 좋은 달로 여겨지기 때문인데요. 실제 1928년 이후 S&P 500은 9월에 평균 1.1%, 나스닥은 0.9% 하락하며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을 보였습니다. 이 '계절성'이라는 말을 풀어보면, 여름 휴가철 이후 낮은 거래량과 변동성에서 벗어나면서 요동치는 자금 흐름이 시장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치고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커지는 시기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월가에서는 "이번 9월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잭슨홀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고용 둔화를 이유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젖힌 이후, 실제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면서 Fed가 확실히, 그리고 어쩌면 좀 더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할 것이란 기대를 확실하게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나쁜 데이터가 시장엔 좋은(Bad is Good)' 국면이 나타나기 시작한 셈인데요.
그렇다면 정말 Fed의 금리 인하가 이번엔 9월의 계절적 약세도 물리칠까요? '금리 인하 만능론'의 작동 요건은 무엇일까요? 또 '계절성'이라는 말 뒤에 숨겨진 더 많은 9월의 변수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금리 인하의 힘 과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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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3>금리 인하 만능론의 근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올 4월 상호관세로 인한 증시 급락 이후 강세장이 시작됐으며 증시가 하락할 때마다 사야 한다(바이더딥)고 주장해온 모건스탠리 CIO 마이크 윌슨은 Fed가 시작할 금리 인하 사이클의 힘을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경기 모멘텀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Fed가 금리를 내리면 증시 수익률은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재차 강조한 것입니다. 금리가 하락하면 기업의 미래 이익 할인율이 낮아져 밸류에이션이 올라가고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요. 실제 역사적으로 금리 인하기 S&P 500은 월평균 1.7% 상승했습니다. 금리 동결기엔 1.3%, 인상기엔 -0.5%였죠. 핵심 전제는 기업 이익의 성장이 동반돼야 한다는 겁니다. 윌슨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 EPS(주당순이익) 성장률이 장기적인 중앙값인 7%를 웃돌 때 금리 인하가 동반되면 S&P 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1%의 확률로 상승했습니다. 평균 밸류에이션 성장률은 8.3%에 달했습니다.
지금은 시장이 2026년 말까지 25bp씩 다섯 차례의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월가가 추정하는 내년 S&P 500의 EPS 증가율은 평균 14%에 달하죠. 즉 기업 이익이 역사적 중위값을 훌쩍 뛰어넘는 속도로 성장하는 와중에 금리 인하 사이클이 재개되는 아름다운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겁니다. 증시 강세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윌슨의 주장의 핵심 논거입니다.
이미 금리 인하가 선반영돼 있는 만큼 17일 FOMC에서 Fed가 금리를 실제로 내리면 오히려 증시 매도('셀더뉴스')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윌슨은 이에 대해 오히려 인하 사이클이 가져올 장기적 증시 상승을 노려야 한다며 "전술적 하락이 나오면 저가매수(바이더딥)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결의 분석을 내놓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연준이 6개월 이상 금리를 동결한 후 금리 인하를 재개한 여덟 번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증시가가 역사적 고점 근처였더라도 이후 3개월, 6개월, 12개월 동안 대체로 긍정적인 수익률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첫 금리 인하 후 12개월 동안 주가 상승률의 중위값은 14%에 달했고, 상승 확률은 88%로 나타났습니다. 금리 인하가 증시에 뚜렷한 부양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석입니다.
여기서도 핵심은 경기 침체 여부입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보면 금리 인하 재개 이후 12개월 내 미국 경제가 침체로 들어설 경우엔 S&P 500이 평균적으로 -5% 하락했습니다. 경기 침체가 임박한 상태라면 아무리 Fed가 금리를 내려도 소비 둔화, 기업 수익성 약화, 고용 악화, 소비 축소의 악순환을 막기 어렵고 증시도 좋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겁니다.
미국 경기 침체 위험은
그럼 지금 미국 경제는 어떤 상황일까요? 시장이 이미 9월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침체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가 향후 증시 향방을 가를 핵심 요인이 될 것입니다.
윌슨은 현재 미국이 침체는커녕 경기 회복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최근 주식 수익률과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강화되고 있는데, 이는 보통 경기 회복 사이클 초반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죠. 그는 이 현상이 트럼프 정부의 리플레이션(물가와 경기를 끌어올리는 정책) 전략에 대한 시장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윌슨은 트럼프 정부가 일부러 취임 초기에 관세와 DOGE(정부 효율성 부처)발 정부 고용 삭감 같은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정책들을 쓰고 그 다음 금리 인하, 감세, 투자 촉진, 규제 완화 같은 경기 부양책을 쓰는 식으로 리플레이션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에 따라 경기가 다시 뜨거워질 것이란 예상에 따라 주식과 원자재 등 자산시장의 가격이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 또한 지난 4일 3분기 미국 GDP 성장률 추정치를 한 달 전 1.0%에서 1.6%로, 내수 기저 수요를 보여주는 최종민간판매는 -0.1%에서 +0.7%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골드만삭스는 미국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 변동성지수(VIX),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등 다양한 시장 지표를 활용한 향후 12개월 내 경기 침체 확률도 18%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실제 침체 국면에선 이 확률이 평균 50% 이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침체 위험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경제 최전선에 있는 미국 기업들의 침체 우려도 크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2분기 어닝콜에서 침체를 언급한 기업 수가 1분기보다 87% 감소했고, 12개월 내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고 답한 CEO의 비율도 1분기 83%에서 2분기 36%로 급감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
이런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월가에서는 9월을 조심해야 한다는 중론이 우세합니다. 장기적인 강세장 추세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9월은 계절적 요인과 다양한 이벤트로 인해 고점에 와 있는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현재 시장은 경기 침체보다 스태그플레이션, 그리고 기업 마진 약화를 더 걱정하고 있습니다. 향후 고용 또는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끈적끈적한 가운데 금리를 시급히 내릴 만큼 고용이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축소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난 5일 나온 8월 비농업 고용 지표가 워낙 안 좋게 나왔으니 단기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잦아들 것 같지만요.
JP모건 등에선 관세 인상의 효과가 이제야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재고 축적 덕분에 지금까지 관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3분기에는 재고가 소진되어 관세가 반영된 높은 가격으로 재고를 채우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구매력 약화나 기업 이익률 하락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요인 모두 증시에는 부정적이지만, 특히 스태그플레이션은 '금리 인하 치트키' 기대 자체를 축소시켜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힙니다.
9월 워치리스트
정확한 시장 분석으로 월가에서도 주목도가 높은 애널리스트인 시타델의 스캇 럽너도 장기적인 증시 강세의 추세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9월은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으니 헤지가 필수라는 전망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핵심 근거들을 보면 첫째, 역시 계절적 패턴입니다. 1928년 이래 S&P 500은 9월 3일에 9월의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패턴을 보여왔습니다. 또 노동절(9월 첫째 월요일) 이후엔 FOMO 심리가 약해지면서 매수세가 줄어드는 경향도 관측됐습니다. 럽너는 올해 증시가 역사적 패턴을 밀접하게 추종하는 흐름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러한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둘째, 자금 흐름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개인 투자자 매수세는 미국 증시 랠리를 지탱해온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최근 8년간 9월엔 가장 약해지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또 모멘텀을 추종하는 CTA나 변동성 컨트롤 전략 등 시스템 자금도 현재 포지션이 꽉 차 추가 매수 여력이 바닥난 상태입니다.
기업들의 매수 수요도 살펴봐야 합니다. 9월 15일부터는 미국 기업 자사주 매입이 금지되는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됩니다. 올해 승인된 자사주 매입 규모가 1조 달러가 넘을 정도로 미국 기업의 매수 수요 역시 미국 증시 유동성에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 9월 15일은 미국 법인세 납부일이기도 합니다. 기업들이 세금 납부를 위해 증권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하거나 단기적으로 주식·채권 매도를 늘려 시장에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하면 좋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럽너는 9월에 가장 눈여겨 봐야 할 이벤트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나열했는데요. 상위 다섯 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9월 30일 분기말 기관투자자 자금 리밸런싱 (채권으로 자금 유입, 대형 기술주 축소 가능성) 9월 15일 기업 자사주 매입 블랙아웃 및 법인세 납부일 개인 투자자 매수세 감소 여부 9월 19일 사상 최대 옵션 만기일 (시장 변동성을 완화시켜주던 옵션 시장의 롱감마 포지션 풀릴 가능성) CTA 등 시스템 자금 주식 노출 극대화결론적으로 월가는 여전히 장기적인 강세장이 끝나지 않았으며, 4분기에는 결국 연말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Fed 금리 인하의 부양 효과가 이번엔 정말 다른 9월을 가져올 수도 있을 거고요. 그럼에도 9월은 조심해야 한다는 게 아직까지는 월가의 중론입니다. 단순 계절성 때문만이 아니라 9월의 마지막 날까지 경계심을 늦추기 어려운 이유들이 있다는 걸 위의 분석에서 알 수 있습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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