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행위를 저지른 개인과 법인을 함께 처벌할 수 있게 하는 ‘양벌규정’을 외국 법인에도 적용해 국내 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양벌규정 적용과 관련해 외국 법인에 대한 국내 법원의 형사재판 관할권이 인정되는지를 구체적으로 판시한 첫 사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만 발광다이오드(LED) 생산업체 에버라이트 일렉트로닉스에 벌금 6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14일 확정했다.
에버라이트는 국내 경쟁 업체인 서울반도체에 다니다 퇴사 후 자사로 옮겨 온 근로자 3명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직원들은 서울반도체의 영업비밀 등이 담긴 파일을 촬영·복사하거나 USB 저장 장치 등을 무단 반출하는 방식으로 빼돌려 에버라이트에 넘겼다. 직원 개인들에 대해선 일부 유죄(각 징역형 집행유예 및 일부 무죄)가 확정됐다.
에버라이트는 기술 유출 행위가 국외에서 이뤄졌으니 국내 법원에 재판권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의 누설·취득에 대한 의사 합치, 열람·촬영 등이 국내에서 이뤄진 이상 실제 유출이 국외에서 이뤄졌다 해도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것”이라며 “직원들의 위반 행위는 양벌규정이 적용되는 에버라이트의 범죄 구성요건적 행위의 일부라 할 수 있으므로 에버라이트도 국내에서 죄를 범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양벌규정에 의해 처벌받는 외국 법인에 대해 국내 법원이 재판권을 갖는지를 판단할 때 “법 위반 행위가 사업주의 법 위반 행위와 사실관계가 동일하거나 적어도 중요 부분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내용상 불가분적 관련성을 지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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