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광그룹은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화장품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루나’ ‘에이지투웨니스’ 등의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한 애경산업은 전체 화장품 매출 중 70%가량을 해외에서 거둔다. 다만 수출의 약 8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하지만 태광그룹은 이 같은 약점을 오히려 기회 요인으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중국 의존도를 뒤집어 보면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할 기회가 남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K뷰티’ 열풍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화장품 브랜드의 가치가 고평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애경산업은 최근 저조한 실적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샴푸 브랜드 ‘케라시스’, 세제 브랜드 ‘스파크’ 등 경기 영향을 덜 받는 생활용품 브랜드를 애경산업이 보유한 점도 태광산업은 주목했다.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영위해 온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를 계기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호진 전 회장도 2006년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피데스증권중개(현 흥국증권)를 인수하며 금융계열사를 더욱 확장했다. 2003년부터 한빛방송 등 20여 곳의 유선방송사업자(SO)를 차례로 인수하며 케이블 방송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을 마지막으로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태광그룹의 M&A는 전면 중단됐다. 벌어들인 돈을 추가 투자 없이 쌓아 놓기만 하는 태광그룹을 두고 IB업계에서는 ‘열리지 않는 지갑’으로 부르기도 했다.
올 들어 태광그룹은 M&A 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전 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대부분 해소된 가운데, M&A를 통해 사업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내부의 위기감이 높아졌다는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태광그룹은 올 7월 화장품과 부동산, 에너지 등 신사업에 내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은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M&A 행보는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로도 이어질 수 있다. 태광산업의 2대주주로 주주행동을 벌이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 전 회장이 이사회에 복귀해 책임경영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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