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AI연구원이 정부의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정예팀에 뽑힌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변이 없었다’는 반응이었다. 지난 7월 공개된 ‘엑사원(EXAONE) 4.0’이 이미 글로벌 톱티어 성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성능 평가 기관 아티피셜어낼리시스에서 엑사원 4.0은 세계 11위, 한국 1위를 기록했다.지난 2일 서울 마곡동 본사에서 만난 이홍락 LG AI연구원장(사진)은 엑사원 4.0에 대해 “파라미터 수가 10배 이상인 빅테크의 AI 모델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미국과 중국은 수십만 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투입해 초거대 모델을 개발하는 데 반해 한국은 자원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LG AI연구원은 데이터 품질 관리와 학습 효율 극대화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 원장은 “산업 현장에서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고 학습 알고리즘과 모델 아키텍처를 최적화한 것이 적은 인프라로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의 다음 과제는 추론 능력 강화다. 정답을 맞히는 데 그치지 않고 정답에 도달한 과정까지 검증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프로세스 리워드’ 방식을 도입해 정확도를 높였다. 또 단순 계산처럼 AI가 자주 실수하는 영역은 코드 실행, 외부 계산기 같은 다른 도구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 원장은 국가 차원의 장기 전략으로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의 필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파운데이션 모델은 국가의 ‘기초체력’”이라며 “노하우와 데이터를 축적해둬야 새로운 도메인으로 확장할 때 기존 성능을 유지하면서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LG AI연구원은 연구용 모델을 넘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AI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 점수 경쟁에 그치지 않고 제조·화학·바이오 등 계열사와 산업 전반에 AI를 적용해 생산성과 연구 효율을 높이는 실질적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적용 1순위는 제조업이다. 예컨대 LG전자는 공정 최적화와 제품 판매 수요 예측에 엑사원을 적용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에 AI를 접목해 개발 기간 단축을 시도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해 알츠하이머병 등 신약 후보 물질 발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원장은 “향후 5년 이내 다수의 업무를 AI가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개발자가 아닌, 새로운 인재상을 요구한다. 이달 첫 개교한 LG AI대학원을 설립한 것도 실제 산업 현장의 경험을 갖춘 실용형 AI 인재를 키우기 위한 포석이다. LG는 이달 석사 과정을 처음 개설했고 박사 과정 인가도 추진하고 있다. 이 원장은 “AI 활용 능력뿐 아니라 과학적 사고와 비판적 검증 능력이 더 중요한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영애/사진=최혁 기자 0a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