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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최대 1조달러 규모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지급할 수 있는 초대형 보상안을 내놨다. 테슬라 시가총액(약 1조1000억달러)에 버금가는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보상안이 현실화하면 머스크 CEO는 미국 역사상 첫 ‘조(兆)만장자 CEO’가 된다.테슬라 이사회는 지난 5일 ‘2025 CEO 성과 보상안’으로 전체 보통주의 12%를 2035년까지 12단계에 걸쳐 머스크 CEO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현 주식 수를 기준으로 이 보상 패키지의 최대 가치를 9750억달러(약 1354조원)로 추산했다.
이번 보상안은 테슬라 주가를 대폭 끌어올리는 조건으로 설계됐다.
머스크 CEO가 최대 보상을 받으려면 테슬라 시가총액을 현재 약 1조1000억달러에서 10년 내 여덟 배가량인 8조5000억달러로 늘려야 한다. 이외에도 차량 2000만 대 인도,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구독 1000만 건, 로봇 100만 대 인도, 무인 로보택시 100만 대 상업 운행, 상각전영업이익(EBITDA) 4000억달러 달성 등이 추가 과제로 제시됐다.
머스크 CEO는 최소 7년 반 동안 테슬라에 재직해야 주식의 일부를 현금화할 수 있고, 전체를 받으려면 10년 이상 머물러야 한다. 모든 목표를 달성하면 그의 지분율은 현재 13%에서 25% 이상으로 높아져 미국 역사상 첫 ‘조 단위 자산을 보유한 CEO’가 된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보상안 발표에 따른 기대에 3.64% 오른 350.84달러에 마감했다. 이번 보상안은 오는 11월 6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표결에 부쳐지며, 주주 승인을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
기업 보수 분석업체 이퀼라의 코트니 유 연구책임자는 “지난 8월 발표된 200억달러 규모 주식 보상과 합치면 머스크의 올해 총보수는 1140억달러(약 158조원)에 달한다”며 “역대 최대 수준의 보상 패키지”라고 분석했다. 테슬라의 현 시가총액에 맞먹는 규모다.
또 법정 다툼 중인 23억달러 규모의 2018년 머스크 보상안과 비교해도 수십 배 크다. 지금까지 테슬라 외 미국 기업 CEO 보상액 중 최대는 2008년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CEO가 받은 14억달러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테슬라 이사회는 공시에서 “전통적인 보상 방식은 머스크 CEO의 성과 유인 설계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로빈 덴홈 테슬라 이사회 의장은 “머스크가 회사에 남아 동기를 유지하는 것은 테슬라가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새 보상안은 테슬라의 2018년 보상 패키지가 법원 판결로 무효화된 데 따른 것이다. 23억달러 규모인 2018년 보상안은 소액주주 소송에서 “이사회의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작년 12월 델라웨어주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다. 테슬라 측의 항소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비판도 나온다. 테슬라 투자자인 니아임팩트캐피털의 크리스틴 헐 창립자는 “연구개발이나 인수합병에 더 유익하게 쓰일 수 있는 자금”이라며 이의 제기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투자사 AJ벨의 댄 코츠워스 애널리스트는 “과도한 보상안이 기업 지배구조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머스크가 이 정도의 보상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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