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이후 당내 퇴진 압박 속에서도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쳐 왔다. 하지만 342명의 과반에 가까운 160여 명이 조기 총재 선거에 찬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자 퇴임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바 총리가 물러나면 2024년 10월 취임 이후 약 1년 만이다. 그는 재임 기간 지속적인 고물가와 실질 임금 하락 등으로 지지율을 잃었다. 특히 올해 쌀값 폭등으로 내각이 총체적으로 위기관리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7월 참의원 선거에 참패한 후 자민당 내에서 퇴진 압박을 받아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이시바 총리는 새로운 경제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일본에 초대하고 싶다는 내용을 담은 친서를 관세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을 통해 전달하는 등 유임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내각 각료와 부대신 등 장·차관 사이에서도 조기 총재 선거 요구가 이어지자 사임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 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공저에서 면담했다. 산케이신문은 “조기 총재 선거 요구가 강해지는 가운데 스가 전 총리,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당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전제하에 총리에게 자발적 퇴진을 촉구한 듯하다”고 전했다. 신문은 “스가 전 총리가 4년 전 퇴진할 때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단념을 설득해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고 덧붙였다.
차기 총리 여론조사에선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선두를 다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선 두 사람이 각각 20%를 얻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노년층과 자민당 지지층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청년층과 극우정당인 참정당 지지층에서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고(故) 아베 신조 총리의 강경 보수 노선을 추종해 당선 시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한·일 관계에 뚜렷한 태도를 밝힌 적은 없지만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에 비해 온건파로 알려져 있다. 이시바 총리가 중용한 인사라는 점에서 집권하더라도 한·일 관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총리직에 오르면 우익·반한(反韓) 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지난달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최만수 기자/도쿄=김일규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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