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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란봉투법 문구와 해석의 딜레마

입력 2025-09-07 17:55   수정 2025-09-08 00:11

노동법 관련 판례와 입법은 다른 분야보다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끄는 경우가 많다. 통상임금 판결이 그러했고 52시간제 관련 입법 역시 그러했다. 임금을 받고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근로자를 사용해 사업을 하는 사업주라면 산업과 직군을 막론하고 그런 판결과 입법에 영향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들어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노동법 관련 이슈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지칭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조와 제3조 개정 문제다. 개정안은 실제로 손해배상 문제 외에 노사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내용을 여럿 포함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노동쟁의 대상의 확대, 즉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발생한 분쟁 상태를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노조법 제2조 제5호의 개정이다.

경영의 자유와 근로 3권은 노사가 공존하는 사업장에서는 매일같이 충돌하는 두 개의 가치다. 근로자는 사용자의 경영활동 자유권에 대항해 노동조합 등 단체를 조직할 수 있는 단결권, 사용자와 근로조건 유지·개선을 위해 교섭할 수 있는 단체교섭권, 그리고 단체협약 체결을 관철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서 단체행동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단체행동권은 아무 때나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노사 간 단체교섭이 더 이상 자율적으로 타결될 수 없는 노동쟁의 상태에 이르러야 허용될 수 있다. 현행 노조법에서는 이런 노동쟁의 행위 상태를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통과된 노란봉투법에서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에 추가했다.

경영상 결정에 관한 것이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간단히 말하자면 원칙적 불가, 예외적 허용이었다. 즉, 대법원은 2010도11030 판결을 통해 정리해고나 사업조직 통폐합 등 기업 구조조정 실시 여부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나 합리적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경영 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전권에 속하는 사항에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자유권을 인정하고, 예외적으로만 그런 경영상 결정이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노란봉투법에서도 ‘모든’ 사업상 결정이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만 쟁의행위 대상이 된다고 했으므로 대법원 입장과 결을 같이하는 것이라는 견해도 가능하다. 그러나 과연 간접적으로라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업 경영상 결정을 상정할 수 있을까. 이번 개정으로 사실상 경영상 결정에 대한 노동조합의 폭넓은 교섭 요구가 가능해졌고 이를 사용자가 거부했을 때 쟁의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이번에 개정된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경영활동의 노동쟁의 대상성은 기존 판례와는 달리 원칙적 허용, 예외적 불가로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률관계는 입법으로 명문화해야 하는 영역과 법원의 해석을 통해 질서를 만들어 가야 할 영역이 있다. 사회적 이해관계와 쟁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인 만큼 입법으로 오랜 기간 정립돼 온 판결의 실질적 변경을 하기에 앞서, 사안에 따라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 수 있도록 법원의 해석으로 남겨둘 필요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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