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 정책 중 수출 업무를 맡는 원전전략기획관도 산업부에 남는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 협상, 원전 수출 시장 개척 등 진행 중인 현안 관련 과제는 산업부에 남기는 셈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탈원전 우려를 불식하며 원전 전력을 활용한 핑크수소 등에 관심을 보여왔기에, 국내 원전 정책의 환경부 이관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원전은 기저 전원으로서 역할과 수소 신기술 개발, 수출 등 삼박자가 맞아야 종합적인 생태계 육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출 업무만 떼어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전산업을 국내 발전 정책과 수출 정책으로 나눠 각각 다른 부처에 맡기는 것도 전 세계에 유례가 없다.
전문가들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에너지자원 분야를 분리한 것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발전 비중은 원자력(31.7%)에 이어 가스(28.1%)와 석탄(28.1%)이 절반을 넘었다. 이 가운데 가스는 전력시장에서 필수적인 ‘유연성 전원’이다.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2024년 발전 비중 10.6%)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오면 그 뒤를 이어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이 마련되면서 전력 시장과 가스 시장 간 정합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금도 전기와 가스가 산업부 내 다른 국에 속해 있어 조율 문제가 발생하곤 하는데 부처까지 갈라지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스산업과는 원래 전력국 산하 조직이었다. 유연성 전원으로 전력 시장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어서다. 유 교수는 “일본은 경제산업성 산하에 전기·가스를 함께 다룬다”며 “미국과 유럽 등도 가스와 전기를 통합적으로 보는 규제위원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글로벌 추세인데, 우리나라만 역행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이 추진 중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조달) 산업단지를 예로 들며 “산업단지 업무는 산업부 1차관 소관인데, 2차관 산하 에너지정책실을 떼어 환경부에 붙이면 산단 기획·조성과 재생에너지 공급 업무가 따로 놀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산업계, 노동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는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며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9월 25일)까지 희한한 발상의 조직개편안에 반대하는 소신을 지키겠다”고 했다.
김리안/최해련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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