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는 2023년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서 양육비이행관리원을 별도 기관으로 분리·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이혼 남편이 사회 이슈로 부상하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다”며 반대했지만 관련 법안은 여야 합의로 통과됐고 지난해 9월 편모 가정의 양육비 지급을 지원하는 새 공공기관이 탄생했다. 2024년에는 교육부가 학폭피해자분리위원회 설립을 추진했다.지난 3월 취임한 전지현 양육비이행관리원장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으로, 지난해 4월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후 신설된 공공기관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3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운영을 위해 지티엑스A운영을 설립한 후 조진환 전 서울교통공사 도시철도연구원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서울교통공사는 GTX-B·C뿐 아니라 후속 사업으로 예정된 D·E·F·G·H 노선 운용업체 대표도 각각 선임할 계획이다. 한 명이 통합 관리해도 될 조직을 8개 만드는 셈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GTX 노선마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SR 등 공유 노선이 다르기 때문에 운영 주체가 달라야 한다”고 해명했다.
국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공공기관 설립에 적극적이다. 공공기관이 자리 잡는 지역 주민의 표심을 얻을 수 있고 정부에 대한 영향력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22대 국회 출범 후 지난 5월 말까지 약 1년간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공공기관 신설 법안은 32건에 달한다. 한번 생겨난 공적 조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공공기관 임직원과 지자체가 강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기관 설립은 해당 부처의 개별 법령이나 부칙에 한 줄만 넣으면 가능할 정도로 쉬운 데 비해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 후 공공기관 통폐합 사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광해광업공단 두 곳에 그친 이유다.
공공기관 통폐합은 부처 내에서도 쉽지 않은 과제다. 복지부 아래에서 건강보험 징수·지급 업무를 맡는 건강보험공단과 보험금 지급을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해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통폐합은 요원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건강보험제도를 운용하는 주요국 중 병원비 심사와 지급을 따로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사업도 많다. 에콜리안골프클럽(국민체육진흥공단)과 88컨트리클럽(국가보훈부) 등 골프장사업이 대표적이다.
배근호 동의대 금융경영학과 교수(공공기관 감사평가단장)는 “같은 일을 하는 공공기관을 통폐합하면 시장 효율성을 높이고 정부 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며 “이해관계자들이 강하게 저항하기 때문에 정부 초기에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효/남정민 기자 hugh@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