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쪽으로 결론 나든 미국의 과잉·난폭 대처는 양국 협력과 향후 관계 설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제도 미비에 따른 관행적 불법 비자 문제를 다루면서 남미 마약사범 소탕전처럼 헬리콥터와 군용 차량까지 동원했다. 72년 동맹국이자 최대 투자국에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쇠사슬에 묶여 연행돼 열악한 시설에 구금된 한국 근로자들은 모욕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말 그대로 망연자실이다.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건설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가동 시점은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양국 협상 추이에 따라 공장 가동 시기가 무기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 공장 배터리를 납품받으려던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생산계획 역시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제2의 조지아 사태’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조지아주는 한국 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해 한·미 경제·외교 협력의 상징으로 불리는 지역이고, 한국은 올해부터 미국 전역에 200조원 이상을 순차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의 관계가 좋다’며 수습 의지를 밝혔지만 진의는 불투명하다. 톰 호먼 국경안보 차르는 “이런 단속이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전문가를 불러들여 미국 국민을 훈련해야 한다’는 트럼프 언급에서는 투자를 넘어 기술 이전까지 동맹국에 요구하겠다는 속내가 비친다.
일련의 사태 전개는 미국 일변도 투자가 우리 경제의 큰 리스크임을 환기시킨다. 미국은 자국 내 투자를 장려한 뒤 일방적으로 투자 방해 조치를 감행할 만큼 불확실성이 큰 나라로 변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하는 등 기업들은 잠정 조치로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애태우며 사업할 수는 없다. 투자 안전·비자 문제를 포함해 대미 리스크 전반과 글로벌 전략을 재점검할 때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