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테크의 정점’인 코인(암호화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의 코인 두 개가 국내 최대 코인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에 지난 1일 상장됐다.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과 달러 가치에 1 대 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WLFI USD1’ 두 가지다. 불안정한 밈코인인 오피셜트럼프와 달리 실질 가치를 지닌 코인들이다. WLFI는 상장되자마자 전 세계 코인 시가총액 40위권에 랭크됐다. WLFI USD1도 단숨에 60위권에 올라왔다. 지난달 기준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1만8000여 개다.
지니어스법 등 제정으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내에서 법제화된 가운데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도 자국 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도 민간 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한창이다. 국회에 관련 법안이 여럿 제출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21대 대선 공약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시기와 형태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이란 시각이 많다. 다만 기축통화인 달러와 준기축통화인 엔화 등과 달리 수요가 확실하게 담보되지 않아 도입 여부에 대해선 찬반이 갈린다.
이아이옵과 전자지갑 기업 아이오트러스트는 연말까지 스테이블코인 전자지갑과 결제, 자기주권증명(SSI), 데이터 파이프라인 등을 구축한다. 모든 과정은 온체인 데이터로 검증 가능하게 공개할 계획이다. SSI는 원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개인이 자신의 신분을 전자지갑을 통해 증명하는 것이다. 이번 유엔 프로젝트에선 구호금이 중간에서 횡령이나 유실 없이 수요자에게 정확히 인도될 수 있도록 담보한다. 구호금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휴지 조각이 된 이 국가 화폐 대신 달러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으로 준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기준 베네수엘라 난민은 800만 명에 달한다.
이번 프로젝트엔 유엔난민기구(UNHCR),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 등 그간 베네수엘라에서 활동해 온 유엔 산하 기구들이 참여했다. 진성한 이아이옵 대표는 “공익형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표준을 베네수엘라에서 세워보겠다”며 “앞으로 유엔과 국제 기부단체, 글로벌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과 연대해 스테이블코인을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익 인프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해외금융협력협의회(CIF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27조달러, 거래 건수는 12억5000만 건을 넘어섰다. 2024 회계연도 마스터카드 거래액 8조140억달러(미래에셋증권 분석)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마스터카드의 같은 기간 결제 건수는 1594억2400만 건으로 집계됐다. 스테이블코인의 건당 평균 거래액은 약 2만1600달러, 마스터카드는 건당 약 50달러다. 큰손들 위주로 이미 스테이블코인 국제 거래가 활발하다는 뜻이다.
국내 당국과 은행 등 금융권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방한한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의 2인자 하스 타버트 사장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KB·우리·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들과 만났다. 진 회장은 지난달 말 제주도에서 연 그룹 행사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금융 본연의 기능을 재편하고 고객 중심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라고 했다. 신한금융그룹은 2021년 국내 금융권 가운데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 송금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국내 1위 모바일 전자결제대행(PG) 업체 다날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기술적,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 다날은 앞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페이코인을 선보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금융위가 발행 중단이나 상환 명령 같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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