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민 대표 권한대행 등 조국혁신당 지도부가 당내에서 불거진 성 비위 사건 논란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했다. 이에 따라 조국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이 기정사실화됐다는 분석이다.
조국혁신당 지도부는 낮은 성인지감수성을 드러낸 여러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8일 채널A '돌직구쇼'에 출연해 이규원 조국혁신당 사무부총장의 "성희롱은 범죄 아냐" 발언에 대해 "주요 당직자의 발언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당의 성추행 사건 처리방식을 비판하며 4일 탈당을 선언한 다음 날 나왔다.
대구지검 부부장 검사 출신인 이 부총장은 지난 5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나와 '당내에서 언어 성희롱이 있었다'는 진행자 발언에 "성희롱은 범죄는 아니고,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나"라는 반응도 보였다.
김 권한대행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 대응 미숙으로 창당 동지들을 잃었다. 피해자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조국혁신당은 신생정당이다. 대응 조직과 매뉴얼도 없는 상황에서 일이 일어났다. 우왕좌왕 시간을 지체했다. 그러지 말아야 했다. 모두 제 불찰이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권한대행, 최고위원 전원과 더불어 '개돼지' 발언으로 파문을 일게 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 원장은 "자숙하고 성찰하겠다"고 했다.
신생 정당으로의 한계를 드러낸 조국혁신당 창당 멤버도 조 전 대표의 대응에 아쉬움을 표했다.
조 전 대표의 절친이자 조국혁신당 창당 디딤돌을 놓았던 장영승 리셋코리아행동대표(현 에피카 CSO)는 이 지경이 된 건 조국혁신당 지도부와 조 전 대표 책임이 크다며 "조 전 대표는 대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장영승 대표는 조 전 대표가 프로필 사진을 변경하자 1시간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재 조국혁신당은 절체절명의 위기이기에 당을 위해서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쓴다"며 "2년 전 조국이 저에게 '정치를 할 결심을 했으니 도와달라'고 할 때 저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돕겠다며 '리셋코리아행동'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조국이 나설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고 했다.
"창당 후 애써 당과 거리를 뒀다"는 장 대표는 "그런데 4월부터 들리던 믿지 못할 소문에 설마 했지만 점점 더 구체적이고 심각해져 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당 지도부에 이러한 문제는 선도적으로, 과할 정도로 피해자 중심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안이했고 권위적이었으며 실망스러웠다"며 "결국 조국에게 면회 가서 직접 이야기해야겠다며 당을 통해 면회 신청을 여러 번 했으나 끝내 거절당했다"고 했다.
분노한 장 대표는 "지난 7월 10일 제 생일날 탈당계를 냈지만 탈당계는 반려되었고 일주일 후 7월 17일 조국을 면회했다"며 "그때 조국은 '내가 나가서 해결하겠다'고 해 저는 믿고 기다렸지만 출소 후에도 피해자들과 일절 소통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 장 대표는 "조국은 초심으로 돌아가 재창당하겠다는 용기를 가지라"며 다음과 같은 주문을 했다.
장 대표는 △당을 위기 상황으로 만든 황현선 사무총장과 모든 정무직 당직자 사퇴 △최고위원 전원 사퇴 및 비상대책위 구성 △전당대회보다는 비대위를 통해서 당의 위기 수습과 국민 신뢰 회복이 먼저 △내년 지방선거는 그 후 고민 △당분간 조국은 잠시 쉬면서 시간을 가지라고 덧붙였다.
조 전 대표는 앞서 6일 밤 9시 34분 오른손을 귀에 대고 무언가를 경청하는 사진으로 프로필사진을 교체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조금 더 빨리 이분을 만나 소통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장 대표는 "'내가 나가야 해결이 되고 나가서 해결하겠다'던 조국을 믿고 기다렸지만 출소 후 피해자들과 소통 없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며 "당분간 SNS를 자제하고 자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국혁신당은 11월 조기 전당대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조 전 대표의 조기 등판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그가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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