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상대방에게 차단당한 상태에서 성희롱성 게시글을 올렸더라도, 피해자를 특정한 이상 ‘도달’ 요건이 충족돼 범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원심 무죄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
A씨는 2023년 5월 트위터에 접속해, 자신을 차단한 피해자(21세 여성)의 계정을 ‘@계정명’ 형식으로 지목한 뒤 “이 X의 자궁과 생리혈을 뜯어 먹자”, “성고문 하자”는 등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을 게시했다. 이 글은 A씨가 피해자와 트위터에서 논쟁한 직후 작성된 것으로, 피해자는 작성 직전 A씨의 계정을 차단해 이 사건 글에 대한 알림을 전달받지 못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자신이 보유한 별도 계정으로 글을 확인하고 A씨를 고소했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및 취업제한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 표시 뒤에 피해자의 아이디를 표기해 태그했고, 해당 기능을 사용할 경우 멘션 대상자에게 알림이 가는 효과가 있다”며 “우연한 사정에 의해 피고인이 게시글을 작성한 직후 피해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만으로 도달 여부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피해자가 스스로 A씨의 트위터 계정을 검색해 이 사건 글을 일부러 찾기 전에는 글을 확인해 인식할 수 없었다”며 “피해자의 지배권 내에 해당 게시글이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피해자가 A씨를 차단한 이상 성폭력범죄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의 ‘도달’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성폭력범죄특례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글을 실제로 봤는지 여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둔 것이면 도달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인식하는 ‘멘션’ 기능의 의미 등에 비춰 볼 때, 피고인이 단순히 인터넷 게시판이나 트위터 등 SNS 계정에 글을 쓴 것과 달리 피해자를 겨냥해 작성한 이 사건 게시글을 트위터 계정에서 ‘멘션’ 기능을 활용해 게시함으로써 피해자가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별도 계정으로 글을 확인한 것은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일 뿐”이라며, “원심의 무죄 판단은 성폭력처벌법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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