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가 최근 8년간 3000만원 이상 수의계약 공사(工事)를 진행하면서, 반드시 거쳐야 할 수의계약심의회(수계심) 심의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은 경쟁이나 입찰 없이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하여 체결하는 계약이다. 부정한 계약이 맺어질 수 있어 엄격하게 통제돼야 할 수의계약이 ‘깜깜이’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조폐공사는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추정가격 3000만원 이상인 공사 계약 총 34건을 맺으면서 단 한 번도 수계심을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계약 건 총금액은 33억2778만원에 달한다. △2020년도 시설관리 위탁용역계약(6억1110만원) △화폐본부 출입 통제시스템 개선 공사 계약 체결 품의(2억4900만원) △화폐본부 폐수처리시설 개보수 공사(1억6877만6000원) 등 ‘억대 공사’도 수계심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
조폐공사는 ‘조달관리 및 계약에 관한 지침’에 따라 추정가격이 3000만원 이상인 공사는 수계심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는 수의계약의 필요성을 검토하기 위한 절차로, 만일 적격심사를 통한 업체 선정이 필요할 경우 경쟁입찰로 추진해야 한다.
조폐공사는 수계심을 개최하지 않은 사유에 대해 “별도 의견이 없다”며 “앞으로 명확한 기준과 근거를 마련해 지침개정을 거쳐 수계심 운영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태호 의원은 “수의계약은 경쟁입찰에 비해 투명성이 낮기 때문에 부실·특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심의 절차는 필수적인 안전장치인데, 한국 조폐공사가 불투명한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폐공사는 수계심에 관한 명확한 규정과 지침을 마련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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