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440만달러(약 60억원)의 소형 골판지 포장회사가 가상자산 월드코인 투자사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단 하루만에 3000% 폭등했다. 한때 상승률은 5600%에 달했다.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자 기존 사업을 사실상 폐기하고 가상자산 투자사로 거듭나는 회사들을 향한 주식시장의 관심이 극도로 과열됐다는 평가다.
8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에서 에이트코홀딩스는 3008.97% 오른 45.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77.92달러(+5273%)까지 오르기도 했다. 시가총액은 단 하루만에 440만달러에서 1억3700만달러로 불어났다. 이날 거래량은 1억4500만주로 지난 한달 평균 거래량(494만주)의 30배에 육박했다.
에이트코홀딩스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아 월드코인 토큰을 매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총 2억5000만달러어치 주식을 판매해 시가총액 27억달러의 월드코인 매수에 투입한다. 이사회 의장으론 '테슬라 강세론자'로 유명한 대니얼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를 영입했다.
이 회사의 본업은 당초 가상자산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에이트코홀딩스는 자회사로 전자상거래 회사를 위한 재고관리 플랫폼인 '포에버 에이트'와 골판지 포장재 제조사인 '퍼거슨 컨테이너'를 보유하고 있다.
월드코인은 챗GPT의 운영사인 오픈AI 이사회 의장 샘 올트먼이 2023년 공동 개발한 홍채 인식 기반 가상자산이다. 오브라는 구체 형태의 기기로 개인의 홍체 정보를 측정해 인증에 활용한다. 에이트코홀딩스는 자사의 티커를 'ORBS'로 변경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에이트코홀딩스가 이날 발표한 계획은 스트래티지(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개척한 '가상자산 투자사 변신 전략'의 변종이다. 스트레티지는 수년간 자체 사업과 외부 자금조달을 통해 가상자산을 매수했다. 가상자산 가격이 우상향하면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하더라도 희석되는 주가보다 순자산가치가 빠르게 상승한다. 이에 따라 주가 역시 상승을 이어가면 지속적으로 신주를 발행해 가상자산을 추가 매입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다만 스트래티지의 후발주자들은 '원조 맛집'만큼의 성공을 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트레티지가 '본업'인 소프트웨어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꾸준히 현금을 창출했고, 비트코인을 2020년부터 매입해 낮은 매입 평균 단가를 유지했던 것과 달리 후발주자들은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며 유행에 동참한 것에 가까운 탓이다.
이 과정에서 가상자산 투자회사에 베팅한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미국 증시에 신규상장한 불리쉬, 일본의 소형 호텔 체인에서 비트코인 투자사로 변신한 메타플래닛 등을 대거 매수했지만, 투자 시점 이후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며 대다수가 손실 구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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