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의 방위산업은 지정학적 갈등 심화와 기술혁신을 배경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7180억 달러로 전년 대비 9.4% 증가하였으며, 이는 2015년 대비 37%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급증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 등 지역 갈등이 직접적인 원인이며, 각국이 전력 증강과 방위 태세 강화를 위해 군사비 지출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와 유럽의 지출 증가가 두드러지며 중동 역시 분쟁 확산으로 지출이 15% 이상 늘어났다. 현재 미국, 중국, 러시아가 세계 방위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강대국의 경쟁은 글로벌 군비경쟁의 성격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방위산업의 성격은 단순한 전력 증강을 넘어 첨단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드론, 인공지능, 사이버, 우주, 로봇, MRO 분야가 대표적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드론이 핵심 무기로 부상하면서 각국은 소형·저비용·고효율 무기체계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공급망 회복, 전문인력 양성, 획득체계 혁신 등을 담은 ‘국가 방위산업 전략(NDIS)’을 수립하여 민간기업과의 협력, 신속한 기술 도입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 역시 ‘유럽 방위산업 전략(EDIS)’과 ‘ReArm Europe Plan’을 발표하며 역내 공동조달과 유럽산 무기 구매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유럽이 나토 의존을 줄이고 자율적 방위 역량을 강화하려는 흐름으로, 방위산업이 단순히 군사적 차원을 넘어 지역 통합과 경제적 자립의 수단으로도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은 2023년 기준 세계 무기 수출 점유율 2.2%로 10위를 차지했으며, 주요 수출국은 폴란드, 필리핀, 인도 등이다. 특히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K2 전차 등은 가격 대비 성능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 방산 기업의 매출은 2023년 대규모 계약 성과에 힘입어 전년 대비 39% 증가하였다. 그러나 EU가 역내 조달과 공동생산을 강화하고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함에 따라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합작, 공동생산, 기술협력 등 전략적 현지화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 전략은 명확하다. 첫째, 세계 방위산업은 지정학적 긴장과 기술혁신을 축으로 한 구조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므로 한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수출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와 외교적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유럽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한국 기업에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현지 파트너십 구축과 생산거점 확보가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셋째, 드론, 인공지능, 사이버·우주 분야 등 신흥 무기체계에 대한 조기 진입이 필요하다. 기존의 재래식무기 성과에 안주하기보다 미래 전장의 게임체인저 기술을 선도하는 것이 경쟁력 유지의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방위산업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고용 창출과 첨단산업 생태계 육성에도 기여하므로 국가 차원에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수출과 기술개발을 통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2025년 글로벌 방위산업은 갈등 심화와 기술 진보라는 이중 동력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은 기존 성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갈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주요국의 자국산 우선주의라는 구조적 장벽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병존한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긴밀한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현지화 전략, 첨단기술 투자, 외교적 협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한국 방위산업은 단순 수출국을 넘어 글로벌 전략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한국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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