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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직원 검은 옷 입고 700명 모여…금융위는 '엑소더스' 조짐

입력 2025-09-09 14:06   수정 2025-09-09 14:07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반발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 예고에 반발해 금감원 직원 700명이 검은 옷을 입고 집단행동에 나선 한편, 졸지에 '세종행'(行)이 떨어진 금융위 직원들도 익명 게시판에 항의 글을 쏟아내며 조직 해체에 대한 대응을 촉구했다.
직접 피켓 든 금감원 직원들, 집단 행동 본격화
9일 금감원에는 직원 700여명이 출근 전인 오전 8시에 검은 옷을 입고 1층 로비에 모여 조직개편에 반대하는 집회를 했다. 전체 직원의 30% 규모다.

직원들은 약 50분간 '금소원 분리 철회하라', '공공기관 지정 철회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로비에 들어서지 못한 이들은 2층과 4층에 모여 함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 직원은 자유 발언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최일선에서 근무하고,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가진 우리 회사의 의견이 이번 조직개편에 단 한 줄이라도 반영됐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직원은 "당장 직원의 생계와 먹거리, 경력 관리 저하 등 부작용이 눈에 보이는데, 소통 없이 무조건 따르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피켓을 들고 있던 한 직원은 한경닷컴에 "원장과 수석부원장이 반대 목소리를 내주길 바랐지만, 수동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여서 답답하다"며 "금융위만 해도 세종시면 양호한 수준이지, 공공기관 전환 땐 지방으로 가야 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출근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시위 중인 직원과 마주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 원장은 '조직개편 입장을 밝혀달라', '직원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전용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지난 주말 확정된 정부 조직개편안에는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재편하고, 금감위 산하에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두는 내용이 담겼다. 금소원 분리에 더해 공공기관 지정까지 발표되며 금감원 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고조됐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이 원장에게 정식으로 면담을 요구하고, 조직개편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약속받기로 했다. 정보섭 금감원 노조 수석부위원장(노조위원장 직무 대행)은 "전면 파업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며 "파업 투표 등을 진행하려면 대의원 회의를 열어야 하고, 내규상 회의 구성 및 안건 부의 등에 일주일가량 걸리는 만큼 다음 주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본원 9층에서 진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관련 전 금융권 간담회' 현장에서도 10분간 피켓을 들고 묵언 피켓 시위를 하기로 했다. 이찬진 금감원장과 증권사 CEO(최고 경영진)들이 참석한다.
조용하던 익명 게시판 '떠들썩'금융위 직원 "뒤통수 맞은 기분"
조직 해체가 결정된 금융위 직원들도 반발 기류가 거세다. 금융위는 직원이 300명이 안 되는 데다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에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그럼에도 공무원 조직으로선 이례적으로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조직 해체와 세종 이전으로 인한 인사·여건 변화에 내부 동요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전날 오후 금융위 직원들이 사용하는 내부 익명 게시판에는 금융위 한 직원이 글을 올렸다. 이 직원은 "구성원들 부처 배분 기준, 향후 계획을 빨리 확정해 금융위 구성원들에게 '평등하게' 공유해주길 바란다"며 "앞선 3개월여 기간 동안 각종 지라시로 조직개편 관련 소문들을 듣는 데 참아왔지만 이제 지긋지긋하다. 대다수 내부 구성원들보다 외부에서 소문을 더 빨리 알게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밝혔다.

금융위 직원 30여명이 이 글에 댓글들을 달며 동조했다.

어느 직원은 "불확실성이 제일 괴롭다. 더 감정이 상하기 전에 어떻게 조직이 해체되고 나뉘는지를 모두에게 신속하게 공유해 달라"며 "다들 극도로 예민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직원은 "열심히 일한 결과가 이렇다니 뒤통수 맞고 조롱당한 기분"이라며 "어쩔 수 없이 재경부에 가게 되는 직원들에 대해선 보직 경로에 대한 안정장치와 주거지원 방안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금융위는 재정경제부 편입으로 대다수 인원이 세종으로 적을 옮길 처지다. 금감위로 흡수된 일부 인력만 서울의 금감위에 남는다. 금감위로 갈 인력을 두고 직원들은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어느 직원은 "누가 남고 누가 떠나는지 추첨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다른 직원은 "(공정성이 담보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추첨보다는 업무 내용에 따라 합리적 기준을 세워서 나눴으면 한다. 나누기 어려운 경우에 추첨을 도입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어떤 직원은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금감위 인력을 가능한 한 최대한 많은 규모로 잡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재경부와 금감위 간에 적절한 기능과 책임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금감위는 '통제해야 할 기관과 책임은 거대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없는' 조직이 될 수 있고, 시장과 괴리된 재경부는 힘과 자원은 있으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산적한 현안에 혀를 내두르는 직원도 있었다. 당초 금융위는 '묵묵히 일해 성과로 보여주자'는 기조 아래 조직개편의 갖은 설에 대응해 왔다. 최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이찬진 금감원장과 함께 임명되면서 금융위 내부에선 '설마 해체하겠느냐'는 기대가 번졌다. 또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위 성과를 연달아 공개 칭찬했던 터라 허탈감이 더 크다는 게 직원들 반응이다.

어느 직원은 댓글을 통해 "조직 살리겠다며 지나치게 일을 벌여놔 솔직히 벅차고 힘든데, (조직개편으로 심란한) 와중에 어떻게 이 일을 다 하냐"고 토로했다. 다른 직원도 "내가 재경부로 갈지 금감위로 갈지…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적었다.

"일방전출을 허용해달라"는 댓글들도 많았다. 이른바 '엑소더스'(대규모 이탈) 조짐이다. 공무원들은 결원이 생기면 해당 부처에서 충원 공고를 올리는데, 금융위의 경우 이동을 원하는 직원이 있어도 차관과 인사과 등의 허락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편이다. 때문에 희망에 의해 다른 부처로 이동하는 '일방전출'이 가능하게끔 해달라는 게 직원들 요구다.

앞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날 오후 금융위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직개편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직원들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사무관, 주무관, 기타 등 세 부문으로 나눠 이뤄졌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공무원 조직이다 보니 금감원처럼 집단행동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평소 익명 게시판조차 신분 특정이 우려돼 조용했는데 이렇게 단시간 성토글이 쏟아진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신민경/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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