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확실성이 커진 오늘날, 많은 이들이 봉사 속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 특히 셰프와 호스피탈리티 전문가들은 주방을 넘어 사회적 사명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25년 6월, 플로리다 중부 최대 식품은행인 세컨드 하비스트(Second Harvest)는 미 농무부(USDA)의 지원 중단으로 110만 파운드 이상의 식량 원조가 끊기자 긴급 대응에 나섰다. 올랜도 본부에서 진행된 ‘세컨드 하비스트 2025’에는 셰프와 호텔팀,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해 수천 가정이 굶주리지 않도록 힘을 보탰다. 특히 리츠칼튼 올랜도 그랜드 레이크 셰프팀이 합류하며 호스피탈리티 업계 특유의 정밀함과 세심함이 대규모 배급 현장에 더해졌다.
유명 셰프들은 기부받은 신선식품을 즉시 활용 가능한 식사로 조리했고, 자원봉사자들은 박스를 포장했으며, 배급 라인은 전문 주방 못지않은 속도와 정확성을 보였다. 단 하루 만에 1,000가구 이상이 식품을 공급받았으며, 단순한 배급량을 넘어 ‘가족들이 존엄과 존중 속에서 음식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날 참여한 셰프들 가운데 특히 주목받은 인물은 한국 출신 오서연 셰프였다. 그녀는 미국 사회에 대한 감사와 헌신의 마음으로 참여해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연대와 나눔의 가치를 전했다.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히는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출신인 그녀는 파인다이닝, 푸드 로지스틱스, 현장 팀 리딩까지 폭넓은 경험을 갖췄다. 그녀는 이번 현장에서 메뉴 기획과 식재료 관리, 배급 운영 전반을 총괄했다.

그녀는 이번 경험을 두고 “세컨드 하비스트는 셰프들이 위기 속에서도 질서, 정밀함, 그리고 연민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사실 그녀의 봉사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에서 노인복지센터와 아동복지시설을 찾아 식사 제공, 행사 운영, 물류 관리를 이어왔다.
또한 그녀는 2023년 뉴욕 센트럴파크 베데스다 테라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자선 갈라 ‘Taste of Summer’에도 참여했다. 세계적인 셰프 장조르주 본게리히텐과 협업해 현지 농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였다. 비록 행사 당일 캐나다 산불로 인한 대기 질 악화로 취소되었지만, 꿀벌 보호 프로젝트와 연결된 디저트를 통해 환경 보호 메시지를 전했다.
오서연 셰프의 작업을 정의하는 키워드는 공감, 유연성, 그리고 의도성이다. 고위급 갈라 디너를 운영할 때든, 식품은행 현장을 지원할 때든 그녀는 요리를 소통의 언어로 삼아 신뢰와 위로를 전한다. 한국의 복지시설, 뉴욕의 국제적 갈라, 올랜도의 긴급 구호 현장까지 서로 다른 무대에서 그녀는 셰프가 단순한 ‘주방의 리더’를 넘어 공동체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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