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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원전·태양광 전기 고를 순 없나요?"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입력 2025-09-09 15:55   수정 2025-09-09 19:54


“발전 5사 통폐합 구상이 공공성 강화를 통한 통제력 확대를 위한 것인지, 규모의 경제와 경쟁 촉진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것인지 방향성부터 명확히 잡아야 한다.”

대통령실이 공공기관 통폐합의 운을 띄우며 5개 발전 공기업을 첫 타자로 지목한데 대해 전 청와대 관계자가 이 같이 지적했다. 24년 전 미완으로 끝난 전력산업 구조 개편 작업을 다시금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전문가들은 발전 부문 논의는 단순한 공공기관 정비보다는 경쟁과 효율성 강화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제안한다. “현재 구조가 당초 발전5사를 분할했던 취지와는 달리 충분한 경쟁을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5사 분할 취지 사라져”
2001년 전력산업 구조 개편 당시 정부는 시장점유율을 20% 내외로 맞춰 유효경쟁이 가능하도록 한전의 발전부문을 6사(한국수력원자력 포함)로 분할했다. 그러나 정작 가격 경쟁은 작동하지 못했다. 정부·전력거래소가 책정한 연료비·비용 자료에 따라 수익을 보정해주는 ‘정산조정계수’ 제도 때문이다.

이는 발전사 간 입찰 경쟁이 사라지게 만들고, 5개사가 비슷한 조건으로 규제된 보상체계에 따라 운영되는 구조를 고착화했다. 한전의 자회사로 묶여있는 탓에 경영을 열심히 할 유인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영업이익을 많이 내더라도 모회사인 한전에 지분율에 따라 배당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조홍종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은 “지금 발전 자회사 체제는 내가 노력해서 전기를 많이 판 만큼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지도 못하고, 그마저도 한전에 배당으로 돌려줘야 하는 기이한 구조”라며 “신사업 모델 개발을 열심히 하지 않고 안주해도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현재 발전 5사는 석탄화력 설비 6000~7000메가와트(MW), 액화천연가스(LNG)화력 설비 1000~4000MW 내외에 태양광 1000MW 내외로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조 학회장은 “행정력 낭비에다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발전-판매 겸업으로 경쟁


상황도 달라졌다. 태양광 등 민간 발전사업자가 급증하면서 발전 5사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고 화력 설비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굳이 발전사를 5개로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재생에너지 전력구매제, 지역별 차등 요금제, 분산에너지 확대 모두 기존의 한전 판매망과 발전 5사 중심 구조로는 불가능하다”며 “민간 플레이어들이 더 많이 들어와 경쟁할 수 있게 공공의 역할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발전 5사 통폐합의 대가로 발전-판매 겸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발전사의 사업 영역을 넓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길을 터주자는 것이다.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면 그 대가로 판매시장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판매 독점권은 한전이 쥐고 있지만, 이 구조를 개방하면 자연스럽게 경쟁이 촉진되고 요금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한전에 대해서도 발전사업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한전은 발전이 금지돼 있는 탓에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지분투자만 하고 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해외 주요 전력시장처럼 발전과 판매를 동시에 허용해 공기업도 스스로 사업 모델을 바꾸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과 소매 전력 판매에서 무한 경쟁이 일어나면 소비자들은 원하는대로 원전 또는 태양광 등 발전원을 선택할 수도 있게 된다.
전기위 독립성, 망 중립성 필수

발판 겸업을 허용하려면 선결돼야 하는 전제조건이 두 가지가 있다. ‘전기요금 자율성 보장’과 ‘망 중립성 확보’다. 현재 전기요금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합의제 행정기관인 전기위원회에서 심의 및 의결하고 있다. 형식상 요금권한은 있지만, 기획재정부 협의 등을 거치면서 실질적으로 정치권과 기재부의 영향력이 더 큰 구조다. 조 학회장은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구조”라며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처럼 전기위의 독립성을 강화해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해야 전기요금 자율화, 소비자의 전기 선택권 보장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한전이 망을 독점 소유하는 상황에서는 특정 발전에 우선권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따라서 망 조직을 한전에서 분리해 전력거래소와 통합하거나, 별도의 망 자회사를 두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실시간 계통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공정한 망 접속도 가능해진다.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지금 한전 전력계통본부는 송배전망을 건설 및 관리하고 전력거래소는 이를 운영하는데, 서로 손발이 안맞는다”며 “두 기관이 망에 접속하는 발전량 등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지 못하면 발전량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재생에너지 시대에 대비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수원처럼 '재생E 공기업'
발전 5사를 1~2개사로 통폐합하고, 대신 재생에너지 공기업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존 발전자회사들의 재생에너지 인력과 자산을 통합해 전담 공기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상풍력은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필요한 만큼 초기 시장 형성과 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전담 기관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은 소규모 민간사업자가 95% 이상을 차지해 공공이 뛰어들 경우 반발이 예상되지만, 해상풍력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서라도 전담할 공기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풍력 전담 체계 구축’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생과 화력 발전소를 이원화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어떤 기업에는 미래에너지인 해상풍력을, 어떤 기업에는 좌초자산인 석탄화력을 인위적으로 나누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재생에너지는 본질적으로 공급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기업이 화력발전소를 함께 운영해야만 간헐성을 보완하고 전력 공급에 대한 책임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해상풍력 PF에는 담보 자산이 필요한데, 화력발전소 같은 자산이 없는 재생 공기업은 결국 해외 자본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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