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골에서 라디오를 조립하던 소년이 45년 만에 한국 통신 기술 분야 최고 권위의 훈장을 수상했다. 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2025년 숙련기술인의 날’ 기념식에서 함영만 영인아이티 기술사사무소 대표(71)가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강원 주문진에서 태어난 함 대표의 ‘통신 인생’은 중3 과학 시간에 시작됐다. 철사로 엮은 안테나로 라디오에서 잡아낸 모스부호 신호음 ‘삐, 삐, 삐’는 세상과 이어진 첫 울림이었고 그는 통신의 매력에 그대로 빠져들었다. 어려운 형편에도 함 대표는 일을 병행하며 검정고시로 학업을 이어갔다.
불이정보통신에 입사해서는 퇴근 후 책과 납땜인두를 놓지 않았다. 석사 과정까지 주경야독으로 공부하며 자격증 수십 개를 취득했다. 기술사 자격과 대한민국 명장 칭호까지 얻으며 최고 자리에 올랐다.그는 외국에 의존하던 방송사 대형 송출기 수리 방식을 고안해 특허를 내고, 방송망 구축과 국가 중추기관 통신망 설계·시공 등 굵직한 사업에 참여했다. 지상파 방송이 멈추는 새벽에도 송신소를 지키며 묵묵히 ‘세상과의 연결’을 책임지고 있다.
함 대표는 “처음 기능사로 시작해 기술사까지 차근차근 자격을 쌓으며 전문성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국가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준 덕분”이라며 “가정주부임에도 정보처리와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현장에서 동료 기술자로서 큰 힘이 되어준 아내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날 최용식 현대모터스 대표(53)는 친환경차 정비 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산업포장을 받았다. 그는 2020년 손상된 배터리셀만 교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경운기와 오토바이를 고치며 기계에 매료된 그는 고교 졸업 후 자동차 정비 직업훈련원에서 기능사 자격을 취득했다. 더 많은 기술을 배우기 위해 자원입대해 차량 정비병으로 복무했고, 이후 전문대 진학과 기능장 취득, 대한민국 명장 등극을 거쳐 자동차 정비 분야 최고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최 대표는 “35년간 기술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 제게 산업포장은 큰 영광”이라며 “후진 양성과 연구개발에 힘써 대한민국 숙련기술인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숙련기술인의 날’은 2023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숙련 기술 유공자 17명이 훈·포장을, 11명이 대한민국 명장 증서를 받았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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