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지 뭣 하러 또 눈이 떠졌나.” 얼마 전 늦은 밤,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 속 한 어르신의 나직한 읊조림이 가슴에 쿵 하고 내려앉았다. 삶의 모든 맛을 잃어버린, 그래서 입맛마저 잃어버린 할머니. 작은 인공지능(AI) 로봇이 텅 빈 집에 온기를 불어넣기 전까지 어르신의 세상은 온통 잿빛이었다. 화면 속 어르신의 모습은 남의 일 같지 않았다.초고령사회라는 말이 더는 낯설지 않은 시대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아픈 날보다 마음이 시린 날이 많아진다는 어르신들의 하소연은 어쩌면 가까운 미래, 우리 자신의 모습일지 모른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고 한다. 자녀들은 저마다의 삶에 치여 바쁘고, 텅 빈 집에 홀로 남은 어르신들은 세상과 단절되기 쉽다. 그러다 몸이라도 편찮아지면 정든 집과 이웃을 떠나 낯설고 먼 곳으로 향해야 하는 현실은 어르신과 자녀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슬픔을 남긴다.
요즘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이 화두다. 이건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의 기본적인 삶을 잘 챙기자는 이야기다. 초고령사회를 마주한 어르신들은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온 정든 동네에서 이웃과 건강한 밥상을 마주하는 소박한 일상이 계속되기를 원한다. 이 당연하고도 존엄한 권리를 지켜드리는 것이 ‘통합돌봄’의 핵심이다.
우리 구는 돌봄이 더는 한 개인이나 가정의 몫이 아니라 공동체 모두의 책임이 돼야 한다는 믿음으로 통합돌봄 사회로의 진출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21개 모든 동 행정복지센터에 통합돌봄 지원창구를 열어 누구나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어르신들이 집에만 갇혀 있지 않도록 스마트경로당, 관악어르신행복센터 등을 운영하며 동네 곳곳을 어르신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배움과 교류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치매 문제 대응에도 정말 진심이어서 내년까지 21개 동 전체를 치매안심마을로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지역 주민·치매 환자와 그 가족 모두 안심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더 나아가 멀리 가지 않고도 동네에서 품격 높은 요양·건강·여가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구립 노인종합복지타운(가칭) 건설이 한창이다. 2027년 준공되면 자녀들은 퇴근길에 들러 부모님 손을 잡을 수 있고, 어르신들은 웰빙을 넘어 웰니스 차원의 행복한 노후 생활을 즐길 것이다.
기술이 외로움을 다소 위로해줄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과 공동체다. 삶의 마지막 장(章)이 사람 사는 냄새와 온기가 가득하도록, 내 집과 동네가 가장 좋은 요양원이 되도록, 끝까지 어르신의 소박한 일상을 지켜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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