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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조지아주 구금' 사태로 두 번 우는 中企

입력 2025-09-09 17:23   수정 2025-09-10 00:12

“대기업도 쩔쩔매는 마당에 중소 협력사에 뾰족한 수가 있을까요.”

LG에너지솔루션의 한 협력사 임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중소 협력사”라며 이같이 탄식했다. 이 회사 임직원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치소에 구금된 상태다. 이 임원은 “미국 관세로 수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에 비해 여력이 안 돼 구금된 직원들을 지원하기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ICE가 지난 4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에서 주도한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 협력사다. 전자여행허가(ESTA)와 단기 상용(B-1) 비자를 받아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 가운데 중소 협력사 소속 임직원은 250여 명으로, 구금된 한국인의 83%에 달했다. 중소기업 사정상 회사별로 한두 명이 현지에 파견돼 있었는데 이들이 구금돼 하루아침에 협력사들의 미국 사업이 올스톱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한·미 간 비자 협상이 잘 진행되더라도 중소 협력사 직원은 비자를 발급받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미국에 가는 중소기업은 대부분 현지에 지사가 없어 대기업 중심의 주재원(L1·E2) 비자를 받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른 대안인 전문직 취업(H-1B) 비자는 심사 절차가 길고 까다로워 지난해 기준 한국인 2200여 명이 발급받는 데 그쳤다. 배터리 협력사 관계자는 “주재원 비자를 여러 번 신청했지만 현지 지사가 없다는 이유로 매번 거절당하고 있다”며 “납기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보니 일감이 생기는 족족 위험을 감수하면서 B-1, ESTA 비자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 후폭풍으로 많은 중소기업이 미국 사업을 추진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한 조선기자재 업체 대표는 “국내 경기 상황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고려하면 미국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이번 사태를 보고 겁먹은 직원들이 선뜻 미국에서 일하려 하지 않아 미국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B-1 비자에 해당하는 근로자 범위를 확대해 단기간이라도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인 1만5000여 명 규모 한국인 전용 취업(E-4) 비자가 언제 생길지 모르는 마당에 B-1 비자 조정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특수한 상황을 잘 고려해 대미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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