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변호사를 사칭해 학교, 다중이용시설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폭탄을 설치했다’는 허위 테러 협박이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의 불안과 피해가 커지고 있다. 가짜 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공권력이 투입되고 있지만, 범인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면서 경찰은 결국 일본에 출장단을 파견해 공조 수사에 나섰다.
일본 변호사 사칭 테러 협박은 2023년 8월부터 시작했다. 일본에서 실제 변호사로 활동하는 인물인 ‘가라사와 다카히로’의 명의를 도용해 국내 주요 시설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내용을 최근까지도 팩스 및 전자우편으로 국내에 보내고 있다.

지난 8일까지 약 25개월간 테러 협박문이 국내에서 총 52건(전자우편 19건·팩스 33건) 접수됐다. 지난달에만 10건의 협박문이 체육시설, 놀이공원, 백화점, 학교 등에 무차별적으로 보내졌다.
특히 최근엔 주요 도시 중·고교로 번지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8일엔 부산 북구·해운대구·영도구 등의 8개 중학교에 일본어로 ‘카시오 폭탄을 사용’ ‘휘발유를 이용한 대량 살인’ 등의 문구가 담긴 팩스가 발송됐다. 학생들이 긴급 대피하고 경찰과 소방은 초동대응팀을 투입해 현장을 수색했지만, 허위 협박으로 판명됐다. 지난달 28일에도 서울의 한성과학고·서울고·경기고 등 7개 고교에 협박 팩스가 들어왔다. 한성과학고 관계자는 “기숙사 생도까지 하루 동안 퇴사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김모씨(46)는 “수능을 앞두고 비슷한 해프닝이 벌어지면 수험생이 심리적으로 동요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경찰은 협박 팩스와 전자우편이 일본에서 발송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발신자를 찾기 위해 서너 차례 인터폴을 통한 형사사법공조를 진행했지만, 공조 수사는 난항을 겪어왔다. 팩스의 경우 이용자가 발신지를 변경하기 쉽고 여러 나라를 우회해 전달되기 때문에 정확한 발송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
일본 내 일각에선 이 사건을 일종의 ‘밈’처럼 장난으로 치부하고 있어 수사 당국이 범인 색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본이 피해 당사자가 아니어서 한국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사이버 테러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에 국가 간 대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리/김유진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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