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내란의 확실한 청산만이 진심으로 화해할 수 있는 근거”라고 말했다. 연설이 1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동안 정 대표는 ‘내란’을 26차례 언급했고, ‘협치’라는 표현은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웃으며 악수한 지 만 하루도 안 돼 대야 강공 모드로 돌아섰다.
정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내란 청산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시대정신”이라며 “국민의힘은 내란과 절연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다”며 “권력을 사유화하고, 분단을 악용하고, 정의의 가면 뒤에서 저지른 악행을 청산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 대표가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까지 ‘내란 프레임’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해석이 나왔다. 내란특검 등 이른바 ‘3대 특검’의 활동 기간 및 파견 검사 수를 대폭 늘려 특검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이르면 오는 1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추석 전 완수’를 공언한 3대(검찰·언론·사법) 개혁에 관해서도 “역사적 임무를 뒤로 미루지 않겠다”며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정 대표는 “개혁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이 폐지됐다’는 기쁜 소식을 반드시 들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국회가 나서서 예산과 인원을 늘려주겠다는데도 반대하는 조직은 처음 본다”며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사법 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대표는 “가짜정보 근절법,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법으로 국민을 보호하겠다”며 언론 개혁 추진 의사도 밝혔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입법도 예고했다. 임차료 인상을 막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요건을 일부 제한하는 은행법, 가맹점 사업자에게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가맹사업법 등 주요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거대 여당 대표의 품격을 기대했는데 너무 실망스러웠다”고 혹평했다. 장동혁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기세는 ‘여의도 대통령’을 보는 것 같았는데, 내용은 거울을 보면서 독백하는 것 같았다”며 “민생보다 이념 얘기로 연설이 가득 채워져 있었고 미국에서 구금된 한국 근로자에 대해 미국은 추방이라고 하는데, 사태가 이렇게 된 데 대한 유감이나 사과 표명도 없이 ‘명비어천가’만 부르고 자화자찬하기 바빴다”고 비판했다.
최형창/정상원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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