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HD현대 조선 3사 노동조합이 10일 공동 파업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크레인 점거에 들어가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불법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등에 업은 노조의 강경 투쟁이 본격화 되는 모습이다.
이날 조선업계에 따르면 백호선 HD현대중 노조지부장은 이날 파업 시작 후인 오전 9시 45분께 울산 조선소 내 높이 약 40m인 턴오버 크레인(선박 구조물을 뒤집는 크레인)에 올라가 고공 농성(사진)을 시작했다. 백 지부장은 "고공 농성으로 최고 경영자의 결단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3사의 노조가 간부 외 일반 조합원까지 포함해 합동 파업을 벌이는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7월 마련한 기본급 13만3000원(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인상안 등을 총회에서 부결시킨 후 강경 투쟁 모드로 전환했다.
노조 측은 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만 65세 정년 연장, 주 4.5일제 도입, 상여금(750%→900%)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에 따른 직무 전환 배치 문제, 싱가포르 법인 설립 이후 예상되는 이익 배분 문제 등도 쟁점으로 올리고 있다.
크레인까지 점거하는 노조의 이런 강경 투쟁의 배경에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도 있다. 기업이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이 시행되면서, 노동계가 부담을 덜고 투쟁 강도를 높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노조의 이런 강경 투쟁이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HD현대 조선 3사의 수주잔량은 약 3년치 이상이다. 글로벌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면서 작업 물량은 넘치지만, 노사 갈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만약 노조의 강경 투쟁이 장기화 될 경우 납기 준수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 조선업의 신뢰도에도 타격이 갈 수 있다. HD현대중 노조는 오는 12일 HD현대 계열사 노조와 함께 경기도 성남 소재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를 찾아가는 상경 투쟁도 할 계획이다.조선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이후 파업 리스크가 줄어들자 노조의 요구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며 “정년 연장, 임금 인상 같은 고비용 요구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가는 미국·동맹국 간 조선 공급망을 재편하는 핵심 사업인데, 한국 조선소의 파업이 변수로 떠올랐다”며 “납기 준수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 조선업의 신뢰도에도 타격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곽용희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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