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에서 유행하는 ‘니콜라가 낸다’(Nicolas Qui Paie)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을 설명하는 문구다. 밈에서 젊은 고소득 중산층을 상징하는 ‘니콜라’는 SNS에서 복지 부담을 떠안는 데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 이들은 좋은 교육을 받고 상당한 사회적 성공을 거뒀지만 부동산 같은 전통적 자산을 소유한 ‘부자’의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너무 많은 세금 부담을 떠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영국에서도 ‘소득이 높지만 부자는 아닌’ 젊은 층을 뜻하는 ‘헨리’(HENRY·High Earners, Not Rich Yet)가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의 높은 소득세율도 니콜라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다. 프랑스는 연간 18만294유로(2024년 기준) 이상 소득자에게 45%의 최고 소득세율을 적용한다. 여기에 보험료 등 각종 사회보장 분담금이 별도로 공제되기 때문에 프랑스 고소득자는 소득의 절반 정도를 세금 등으로 납부한다. 게다가 프랑스에서 임금은 자본 소득 등에 비해 가치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프랑스에서 임금 100유로를 버는 것보다 자본소득 70유로, 연금 86유로, 상속재산 94유로를 받는 게 세후 기준으로 더 가치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는 최근 TV에서 이런 니콜라의 입장을 대변하며 프랑스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전후 세대(베이비부머)는 부채 없이 성장했고,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부채를 낮추는 데 앞장설 의무가 있다”며 “이대로면 젊은 세대가 베이비부머의 복지를 위해 빚을 갚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에 동의하는지 묻는 여론조사 결과는 세대 간에 극명하게 엇갈렸다. 18~24세(63% 찬성)와 25~34세(55%)는 ‘동의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지만 50세 이상은 과반수가 반대였다.
이 같은 세대 간 갈등은 정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바이루 총리가 긴축 예산안을 내걸고 의회에 신임 투표를 요청했다가 불신임을 받아 내각이 붕괴하게 된 배경에도 이런 요인이 작용했다. 블룸버그는 “(프랑스) 연금 수급자는 사회복지 지출의 최대 수혜층이고 동시에 투표율도 가장 높은 집단”이라며 “중요한 정책 결정은 여전히 베이비부머가 좌우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주류 정당에 좌절한 니콜라 세대가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 등 이민에 반대하는 ‘극우’ 정당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에선 이들 헨리가 연 소득이 10만파운드 이상이라고 신고하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도 감지됐다. 영국 조세분석센터가 2021~2022회계연도 납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연 소득을 9만9000파운드로 신고한 소득자가 4만1000명에 달했다. 연 소득이 9만5000달러라고 신고한 소득자가 3만 명 안팎, 연 소득이 10만5000달러라고 신고한 소득자가 2만 명가량인 것에 비해 월등히 많다. 이는 연간 10만파운드 이상을 벌면 1만2570파운드 정도인 비과세 소득공제가 사라지는 데다 최고세율이 60%에 이르는 것과 무관치 않다.
헨리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이들을 대변하는 정치 세력은 없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헨리는 영국 납세자의 5% 정도지만 전체 소득세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며 “하지만 노동당은 부유층을 위한 당이 아닌 데다 이상하게 보수당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젊은 근로자들을 업신여긴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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