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는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자본 간 결합 금지) 규정을 완화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를 풀어달라는 제안이 나왔다. 금산분리 규제는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대못 규제’다.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 제도를 활성화해 우수한 인재가 벤처 생태계로 유입되게 해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활성화하면 건강보험 재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한 스타트업 대표 의견에 “좋은 제안”이라며 배석한 참모진에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날 보고대회에서 이 대통령에게 “대기업이 후배 기업을 키울 때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며 “대기업이 금융기관, 정부 펀드와 (유망 스타트업에) 함께 투자하면 성공 확률이 높은데, 금산분리 제도 때문에 대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없다”고 했다. 서 회장은 “오래된 숙제인 금산분리 제도를 바꿔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산분리는 공정거래법을 비롯해 은행법, 보험업법 등이 규율하는 규제다. 서 회장이 언급한 금산분리 완화는 공정거래법상 CVC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의미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지만 반드시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투자금을 조성할 때도 외부 자금은 40%까지만 허용되고, 레버리지(차입)도 자기자본의 200%까지만 가능하다. 일반 벤처캐피털(VC)은 차입이 1000%까지 가능하다.
CVC가 없는 셀트리온은 외부에 출자(LP)하는 형태로만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에 투자 대상을 직접 선정하는 건 아니다. 서 회장은 “대기업에 업무집행조합원(GP)을 직접 허용하지 않아도 ‘공동 GP’(Co-GP)만 해줘도 펀드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이 (금산분리 완화를) 악용하지 못하게 안전장치를 걸면 된다”고 설명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담보 위주의 쉬운 영업을 해왔다는 국민적 비난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면서도 마찬가지로 CVC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진 회장은 “CVC를 금산분리로 묶어놓은 곳은 한국뿐”이라며 “CVC를 금산분리 규제에서 제외할 경우 셀트리온이 5000만원을 투자하면 은행은 5억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투자금을 모으다 보면 (대주주의) 지분율이 떨어져 회사 컨트롤이 어려워진다”며 “젊은 창업자에게 ‘골든 셰어’(golden share·황금주)를 주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황금주는 보통주와 달리 소수 지분으로 적대적 인수합병 등 특정 의안을 방어할 수 있는 주식이다.
AI업계에서도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권용현 LG유플러스 전무는 “AI는 많은 투자를 신속하게 집행하는 게 중요하다”며 “펀드의 운용 목적을 구체화하고 펀드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광범 쓰리에이로직스 대표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했고, 이채린 클라썸 대표는 “AI 인프라뿐만 아니라 AI 서비스에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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