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인공지능(AI) 진단기업 노을이 북미와 유럽에서 연내 대규모 공급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매출 이상의 일감을 확보할 전망이다. 노을은 최근 빌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의 방한과 함께 이 재단과 국제 보건 협력을 논의하는 국내 유일한 의료AI진단회사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말리리아 AI진단 시장을 휩쓴 노을은 자궁경부암과 혈액 분석 AI진단 등 고부가가치 신제품으로 선진국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진단업계에 따르면 노을은 2년 가량의 협상 끝에 조만간 미국 진단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대표 진단 기업과 혈액 분석 제품에 대한 공급 계약을 맺을 전망이다. 글로벌 선두 기업과 계약을 통해 전세계 판매망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유럽 헬스케어 선두 기업과도 연내 자궁경부암 진단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계약을 물꼬로 연매출 이상의 일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고부가가치 신제품 판매가 증가하면서 매출과 수익성도 덩달아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장 증설도 진행하고 있다. 임 대표는 "기존 공장은 국내 한 산업단지에서 확장 증설할 계획"이라며 "노동집약적 공정은 베트남 등 협력업체 외주를 통해 전체적으로 내년 생산량이 3배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엔 노을만의 세계 최초 개발한 하이드로겔 기반 고체염색(NGSI) 플랫폼 기술이 활용됐다. 이 혁신 기술은 ‘랩온어칩’(Lab-on-a-Chip·칩 위의 실험실)을 구현하는 원천기술로, 기존 실험실 인프라를 대체할 수 있게 한다. 일반적인 혈액 염색 과정이 10분 이상 소요되는 데 비해, 이 NGSI 기술은 단 2분 만에 염색이 가능하다. 노을은 미국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함께 진행한 NGSI 기술의 임상 적용에 관한 공동 연구결과, 기존 방식 대비 시간을 6배 단축하고 항체사용량은 88%절감했다는 것을 미국화학학회 학술지에 2022년 게재했다. 노을의 진단 플랫폼인 마이랩은 세계 최고 AI 컨퍼런스인 ‘엔비디아 GTC’에 참여해, 엔비디아칩을 활용한 세계 최초의 AI 헬스케어 제품으로 2021년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1월엔 이 제품의 민감도(감염 환자를 양성으로 판별해내는 능력), 특이도(정상 환자를 음성으로 판별해내는 능력), 양성 예측도(PPV), 음성 예측도(NPV) 모두 100%를 기록했다는 미국 임상 연구 결과를 임상의학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다. 임 대표는 "논문에 이렇게 모두 100%가 나온 적은 세계 최초"라며 "사람이 하는 현미경 진단보다 더 정확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기술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노을은 현재까지 라이트재단으로부터 40억원의 연구비도 지원받았다. 노을은 이 기술을 접목한 마이랩MAL을 3년전 판매를 시작해 현재 아프리카, 중동, 유럽 등 3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아프리카 말라이아 AI진단 시장엔 노을외엔 경쟁자가 없다. 임 대표는 "아프리카의 인구 증가율을 보면, 2050년 국내총생산(GDP) 상위 국가에 아프리카가 다수 포진할 것이란 연구소 전망이 많다"며 "아프리카가 중위 소득국가로 올라오면 상당한 구매력이 생기기 때문에 노을의 아프리카 네트워크도 시간이 지날수록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을이 말라리아 다음으로 주력 시장으로 삼는 자궁경부암 역시 게이츠재단이 진단 및 치료를 위해 투자키로 한 유일한 암종이다. 자궁경부암은 저개발국가에선 조기 진단 인프라가 열악해 치사율이 30%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66만건이 진단돼 35만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선진국에선 대부분 발빠른 진단으로 조기 치료가 이뤄져 치사율이 낮다. WHO는 2030년까지 세계 여성의 70%가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게 하겠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빌 게이츠 이사장은 지난 5월 향후 20년간(2045년까지) 전재산 300조원을 개발도상국의 공중보건 개선 등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당초 더 장기간 집행하기로 한 기부를 빌 게이츠의 생존 가능 기간인 20년이내로 단축했고 성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백신, 진단, AI 등에 집중 투자키로 했다. 이 부분도 노을 뿐만 아니라 한국 진단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 대표는 "게이츠와 게이츠 재단에선 AI진단이 한국이 최고라고 여기는 것 같다"며 "의료 AI분야 최대 파트너로서 기대할만한 국제보건 협력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게이츠는 서울사무소를 개설해 한국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전망이다.

그는 미래 진단시장에 대해 "대형병원 중심에서 소비자·수요자·환자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은 모든 진단회사들이 대형 병원 중심의 공급 구조를 갖고 있다면, 10년 후엔 소비자·수요자·환자 중심의 1차 병원 중심으로 바뀔 것이란 예상이다. 그는 "AI 로봇 첨단바이오 등 혁신 기술의 등장으로 의료시스템의 탈중앙회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가장 앞장서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세계 1차 병원이 200만개. 우리나라 8만개인데, 우리가 이 시장의 10%를 점유하는 게 최종 목표"라며 "아직 개화되지 않은 시장(의료 탈중앙화)이지만 이 시장을 선점해 조단위 매출을 내는 글로벌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 진단 영역도 1차 병원에서 긴급 진단이 필요한 빈혈, 급성백혈병, 갑상선암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5년 9월 11일 9시15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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