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현지시간) 새벽 1시27분. 적막한 밤 중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의 철문이 열렸다. 구금돼있던 한국인 316명과 일본·중국·인도네시아인 등 총 330명이 걸어나왔다.
대부분 30~40대 남성인 이들은 어깨에 소지품을 짊어지고 지친 얼굴로 버스에 올라탔다. 일부는 현장에 나온 외교부 현장대책반과 악수를 나누며 감사의 뜻을 나눴다. 피곤함이 짙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지만 일부는 취재진에 손을 흔들어 귀국길에 오른 기쁨을 표현했다. 1시간 가량 탑승 절차 끝에 8대의 버스가 전세기가 기다리는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 공항으로 출발했다. 지난 4일 앨러벨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구금된지 1주일만이다.
걱정과 달리 한국인 직원들이 수갑을 찬 채 귀국하는 불상사는 피했다. 이들은 자유로운 두 손으로 청문 밖을 걸어나왔다. 외교부는 이송 방법을 두고 ICE와 당일 오후까지 줄다리기를 했다. ICE 측은 구금자들이 이송 과정에서 수갑을 차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ICE는 이송 중 도주 우려가 있거나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구금자의 신체를 구속할 수 있다는 내부 규정을 두고 있다.
어느 측 버스를 이용할지도 쟁점이었다. ICE는 한국 버스를 이용할 경우 구금시설 앞으로 수용자가 풀려나게 되므로 ‘자발적 출국’ 절차에 맞지 않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ICE가 운용하는 버스로 한국 관할 지역에 해당하는 한국 전세기까지 곧바로 구금자들을 이송해야한다는 얘기다.
ICE 측의 완강한 입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인이 신체적 속박 없이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라”고 지시하며 누그러졌다. 외교부는 “우리 측은 수갑 여부를 포함한 국민의 귀국 안전, 품위와 편의에 중점을 두어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송 버스들은 8시간 이동해 430㎞ 떨어진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일반 차량으로 4시간30분 거리이지만 ICE가 지정한 경로와 속도로 이동해야해 시간이 길어졌다. 버스 내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준비한 음료 및 간식이 마련됐고 화장실이 있어 중간 휴식 없이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할 계획이다.ICE 측 호송 차량을 선두로 외교부 현장대책반 차량이 뒤를 따랐다.
공항에 도착한 버스들은 사전 조율된 대로 수속 과정 없이 활주로로 곧바로 이동한다. 전세기는 이날 정오(한국시간 12일 오전 1시)께 애틀랜타 국제공항을 출발해 한국시간 12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포크스턴(조지이주)=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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