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12일 15: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들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앞두고 장기물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조달 만기를 늘려 차환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 자금 운용 기반을 마련하려는 목적이다. 일부 기업은 “장기물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기관투자가들을 모집하면 주관사 자격을 주겠다”는 조건도 내걸고 있다.
SKT·현대제철·대한항공 장기물 발행
12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SK텔레콤(AAA)과 현대제철(AA) 등 우량 신용등급의 기업들이 7, 10년 만기의 장기물 회사채를 속속 발행하고 있다.SK텔레콤은 지난 3일 300억원 규모의 10년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해 900억원의 수요를 확보했다. 발행금리는 10년물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수익률보다 0.05%포인트(5bp) 낮은 금리에 수요를 확보했다. 현대제철도 지난 7일 400억원 규모 7년물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을 진행해 600억원의 수요를 확보했다. 다만 발행금리는 7년물 개별 민평 수익률의 0.19%포인트(19bp) 높은 금리에 발행했다.
A등급 회사채도 회사채 장기화 흐름에 합류했다. 대한항공(A)은 7년물을 포함해 최대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7년물 발행은 지난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올해 초 두차례에 걸쳐 2, 3년 만기의 회사채를 발행하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3년 신용등급이 기존 BBB+에서 A-로 상향된 뒤 올해 5월에는 A로 신용등급이 연이어 상향되면서 조달 환경이 한층 안정된 영향이 컸다.
증권사 회사채 담당자는 “낮은 금리에 차입 만기를 늘려 향후 차환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이라며 “금리인하 사이클 막바지에 들어서면 장기물 발행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기 운용 자금이 필요한 보험사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도 장기채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저금리 환경에서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추석 전 회사채 발행 러시
하반기 들어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이날까지 총 15조797억원 규모의 무보증 회사채가 발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조1188억원의 회사채가 발행된 것과 비교하면 1조9609억원(14.9%) 늘어났다. 지난달 반기보고서 제출을 마치고 추석 연휴 전까지 자금조달을 마치려는 수요가 집중됐다.올해 초 회사채를 통해 자금조달을 마쳤던 기업들도 시장에 다시 등판했다. 한화(A+)와 SK이노베이션(AA), 현대건설(AA-), SK(AA+), 두산퓨얼셀(BBB), 삼척블루파워(A+), 제이티비씨(BBB) 등이 잇따라 추가 발행에 나섰다. 대부분 기업은 언더금리 발행에 성공했다. 회사채 금리가 시장 금리보다 낮게 형성됐다는 의미로, 회사채 수요가 기대를 뛰어넘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는 회사채 전체 발행 물량과 장기물 발행 규모 모두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회사채 담당자는 “다음 달 한국과 미국의 금리인하를 앞두고 가급적 회사채를 발행하자는 기류가 강하다”며 “이미 회사채 시장에는 금리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돼 있어 언더금리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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