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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증권사 '캡티브 영업' 관행 개선 착수했다

입력 2025-09-12 16:44   수정 2025-09-12 16:45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이 회사채 발행 주관을 따내기 위해 관행처럼 이어온 '캡티브 영업' 행태를 두고 제도 손질에 나섰다. 증권사가 발행 물량을 계열사 참여 등을 끌어다 소화하는 북(book·운용한도) 활용을 막고, 운용 부서가 정보를 교류하지 못하도록 독립성을 확보하게끔 하는 게 핵심이다.
"계열사 자금 북 막고 차이니즈 월 강화"…캡티브 영업 손질 착수
12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5일 증권사들을 불러모아 면담한 후, 개선 중점 사항들을 배포했다. 올해 4~5월 현장 검사를 진행한 증권사 6곳(삼성·미래에셋·신한·한국투자·NH·KB)이 대상이다. 이들 증권사는 같은 달 14일까지 피드백을 내면서 대부분 수용한다는 입장을 회신했다.

금감원은 수렴한 의견들을 토대로 이르면 다음달 중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캡티브 영업 관련해 (현장 점검을 해보니) 발행사의 강한 입김이 작용하고 있어서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해선 규율과 질서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었다"며 "시장을 어떻게 조율할지 관련 부서들과 논의 중인 단계로, 이르면 10월 중 실질적 제도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증권사들에 지적한 핵심 개선 과제는 △공모 회사채 발행·운용 과정의 독립성 제고 △단기매도 관련 기록관리 강화 △수요예측 참여자 적격 여부 확인 절차 강화 △업무 매뉴얼 정비 및 기록보존 강화 등 네 가지다.

업계에서 가장 민감하게 보는 부분은 발행 주관 부서와 운용 부서 간의 독립성 확보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고유자금을 투입하거나 계열사 참여 등 별도 북을 활용해 발행 물량을 떠받치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겉으로는 수요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실제론 전형적인 캡티브 영업이라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이를 금지하고, 투자은행(IB)과 운용부서가 손익을 공유하거나 정보를 주고받지 못하도록 '차이니즈 월'(내부 정보교류 차단)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또 다른 핵심은 수요예측 참여자의 적격성 검증이다. 현행 금융투자협회 규정상 수요예측에는 요건을 갖춘 투자자만 참여해야 하지만, 절차가 허술할 경우 허수 주문이나 부적격 참여자가 포함돼 배정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금감원은 대표주관사가 법규상 자격 충족 여부와 불성실 참여자 여부를 꼼꼼히 점검해, 실제 수요를 반영한 공정한 가격 형성이 이뤄지도록 관리체계를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발행사·증권사 '윈윈' 이면엔…왜곡된 수요예측
캡티브 영업이란 회사채 발행 주관사 임무를 수임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흔히 쓰는 영업 방식이다. 발행사(돈을 빌리려는 기업)에게 증권사가 자사 고유 자금뿐 아니라 보험·자산운용·캐피탈사 등 계열사들의 자금 동원까지 약속하는 것이다.

많은 물량을 낮은 금리로 제출하다 보니 발행사로선 실제보다 더 많은 투자수요가 몰린 것처럼 환경을 조성해 싼 금리에 돈을 조달할 수 있다. 증권사들도 주관 실적을 챙길 수 있어 이득이다. 다음 회사채 발행이나 기업공개(IPO), 증자 등의 딜로도 연결될 수 있어 이해가 맞아떨어진다.

이런 증권사들의 영업 관행은 발행사를 돕는 든든한 수요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회사채 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흐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왜곡된 저금리 주문이 쏠리면서 채권 가격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결국 회사채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증권사들 '캡티브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발행사들은 이를 역이용해 계열사 자금이나 내부 부서 동원을 먼저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논란이 잇따르자 금감원은 올 들어 부채자본시장(DCM) 주관 실적 상위사를 대상으로 본격 점검에 착수했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계열사 동원이 있었는지,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춘 정황은 없는지 등을 들여다봤다. 올해 초 업계 간담회 이후 이복현 당시 금감원장도 강경 조사를 예고했었다. 이 전 원장은 지난 3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 직후 "캡티브 영업 검사는 채권시장 혼탁 관행 정상화 시즌2"이라면서 상반기 검사 역량을 쏟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감원 강도 높은 조사 예고했지만…'용두사미' 지적도
하지만 금감원의 지적에 대해 업계는 대체로 "새삼스러운 건 없다"는 반응이다. 조사 당시에는 감독당국의 강경한 예고에 긴장감이 돌았지만, 현장에서는 뚜렷한 위법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단 것이다.

증권사 IB 부서 한 관계자는 "현장검사 당시에는 강도 높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 개선을 위한 '스터디 성격'으로 성격이 바뀌었다"며 "금감원이 내놓은 계획은 이미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이행되던 사항을 확인·정리한 수준에 그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결국 유야무야되면서 '용두사미' 모양새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규정 개정 없이는 근본적인 애로를 해소할 수 없단 지적이 나온다. 현행 금융투자협회 '무보증사채 수요예측 모범규준' 제8조에선 수요예측을 실시하기 전 발행회사와 발행금리를 확약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 밖에도 발행사와의 금리 사전 합의 방지, 이면합의를 통한 사전 약정 금리 금지 등을 규정했다. 다만 계열사들 동원이나 부서 간 이해상충 등 구조적 문제까지는 다루지 못해 한계가 있다.

공모채를 발행한 대표주관사의 경우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것을 막는 조항도 있다. 이 모범규준 제5조의2에선 발행물량이 충분할 때 주관사가 자기 계정으로 채권을 인수하지 못하게끔 하고 있다. 다만 증권사들은 만기가 다른 채권일 경우 별개 채권으로 간주한다는 금융위 유권해석(2014년)을 활용해 만기별로 주관을 다르게 맡아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있다. 예외적 통로를 적극 활용해 온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모든 트랜치(만기 구간)에 대해 증권사의 수요예측 참여를 차단하는 방안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는 대표주관사가 직접 인수하는 구간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다른 만기 구간(트랜치)에는 주문을 넣을 수 있다. 예컨대 3년물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2년물과 5년물에는 주문을 넣을 수 있는 식이다. 이 때문에 주관사가 다른 트랜치에 참여해 수요를 채우는 구조가 가능하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운용사 수요는 위탁수요여서 함부로 운용할 수 없는 만큼 캡티브 문제에서 벗어났다고 봐야 한다"며 "증권사 자체 고유자금으로 물량을 채우는 구조를 문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금감원은 발행사 요구에 따라 증권사가 금리를 맞추거나 조건을 수용하는 기존 관행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같은 증권사 내에서 발행 주관 부서와 운용 부서가 얽히는 이해상충 문제에 대해서도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규정이나 세칙 등 강제력이 있는 규정을 손보기는 어렵겠지만 협회 모범규준 개정 등은 (수정 여지를) 살펴보고 있다"며 "증권사가 발행사의 무리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주고자 한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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