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는 1959년 개봉한 마릴린 먼로 주연 영화다. 먼로는 영화를 찍다가 “It’s me, Sugar”라는 대사를 47번 반복했다. 대사가 꼬여 “Sugar, it’s me” 혹은 “It’s Sugar, me”와 같이 말했다. 영화감독은 결국 칠판에 대사를 적어줬다. 먼로가 즐겨 입던 미니스커트를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말한다면 혼쭐나는 세상이다. 그런데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비즈니스가 있다면? 바로 숏폼 콘텐츠다.
1분 안팎의 동영상 숏폼이 영상 콘텐츠의 대세로 자리하고 있다.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로 대표되는 영상이 우리 일상에 빠르게 스며들었다. 이들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은 꾸준히 증가해 관련 플랫폼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됐다. 집중력이 약한 현대인은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바쁜 현대인은 이동 시간 같은 틈새 시간을 활용해 가볍고 빠르게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한다.
숏폼의 인기 비결로는 추천 알고리즘, 콘텐츠 밀도, 이용자 참여 방식의 변화 등이 꼽힌다. 같은 시간 내에 많은 영상을 보면 소비자의 개별 취향을 분석하기가 쉽다. 개별 이용자의 영상 추천 알고리즘 학습 데이터가 쌓여 추천 효과가 높아진다. 시간이 짧을수록 창작력을 집중할 수 있는 밀도 있는 숏폼 영상을 만들어 인기를 끌 수도 있다. 숏폼 동영상을 리메이크하는 따라하기 문화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MZ세대는 숏폼의 간단명료한 전달력, 쉽게 제작하고 공유하는 접근성, 시공간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편의성을 장점으로 꼽는다.
첫째,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인 유니콘기업의 탄생이다. 해외에서는 숏폼 커머스로 유니콘기업 플립이 아마존과 틱톡의 대항마로 비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티빙과 왓챠 같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크래프톤 같은 게임업체 등이 숏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숏폼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고 구매나 전체 프로그램 시청으로 이어지는 일이 허다해 관련 비즈니스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
둘째, 긴 것은 다 싫은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숏폼 콘텐츠의 대척점인 롱폼 콘텐츠가 외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롱폼 콘텐츠 시청 시간이 줄지 않고 오히려 점차 늘고 있다. 유튜브가 롱폼 콘텐츠 추천을 강화하는 알고리즘 개선을 진행하는 게 그 증거다. 숏폼에 비해 시간만 늘리는 게 아니라 콘텐츠의 깊이를 더해 ‘딥폼(deep form)’을 찾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자극적인 문화에 길들여질 수 있다. 부작용에도 신경 써야 한다. 숏폼에 길들여진 젊은이들이 텍스트에 거부감을 갖고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은 미래를 위해 달갑지 않다. 중독성이 강한 것은 약물, 술, 담배, 카페인만이 아니다. 집중력을 앗아가고 창의적이고 깊은 생각을 망각하게 만드는 게 있다면 경계심을 품고 발전 방향을 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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