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 인근 야쇼부미 컨벤션센터에서 ‘세미콘 인디아 2025’ 전시회가 지난 2일 열렸다. 세계 18개국에서 온 347개 반도체 관련 기업이 참가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4개국이 국가관을 운영했다.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ke in India’ 정책에 힘입어 인도의 산업 기반은 기존 철강 화학 전자 자동차에서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으로 빠르게 고도화 중이다. 전자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파나소닉 등이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 분야 역시 현대자동차·기아, 스즈키 등이 진출해 세계 3위 자동차 생산국으로 도약했다. 미래에는 인도 반도체산업도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축이 될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2021년 약 90억달러를 투입해 ‘세미콘 인디아’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전담 기구인 ISM을 설립했다. 반도체 제조 시설이나 설계, 후공정 시설에 투자할 경우 중앙정부가 자본지출금의 절반을 보조하고 주정부가 추가 지원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 정책이다. 기업이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할 때 정부도 같은 비율로 동시에 지원금을 집행하는 파리파수(pari-passu) 방식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프로젝트 실행력을 보장한다.
인도 전역에서는 후공정 중심으로 반도체 프로젝트 10개가 추진되고 있다. 인도 정부 주도로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이 공동 투자와 기술 협력을 통해 반도체산업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반도체산업은 인공지능(AI) 자동차 국방 통신 등 국가 핵심 산업 전반과 직결된다. 인도 정부가 반도체를 ‘산업의 심장’으로 인식하고 전략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스마트폰, 자동차 등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듯 인도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민간의 투자가 결합하면 성과를 만들어 내는 나라다.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등의 생산 증가에 따라 인도의 반도체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530억달러 규모의 인도 반도체 소비시장은 2030년에는 10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맥킨지와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30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를 1조달러로 내다보고 있다.
인도는 반도체산업 전문성을 갖춘 엔지니어는 부족할지 몰라도 세계 반도체 설계인력의 20%를 보유하고 있다.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달리는 코끼리’ 인도는 반도체산업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갈 전망이다.
김동현 KOTRA 서남아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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