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연장된다고요? 그럼 저희는 언제 들어갑니까.”채용설명회에서 종종 듣는 이 말은 요즘 구직자들이 느끼는 현실적 불안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령화 해법으로 정년 연장이 거론될수록 청년 세대는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했다’는 위기감을 먼저 체감한다. 최근 일부 대기업에선 50대 직원이 20대 직원 수를 추월하는 등 조직 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숫자의 변화는 조직문화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단순한 인력 구조의 문제를 넘어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채용 플랫폼 캐치가 Z세대 구직자 159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응답은 46%였고 그 이유는 ‘고령화 사회의 문제 해결’(75%)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반대 입장에서는 ‘청년 취업 기회 감소’가 6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사회적 공감과 개인적 불안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복잡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정년 연장과 청년 채용은 양립 불가능할까. 핵심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구조 설계에 있다. 단순히 근속 기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경험과 역량이 자연스럽게 순환할 구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시니어 인력의 평가 항목에 멘토링, 지식 이전, 후배 육성 같은 요소를 포함하면 축적된 노하우가 개인 커리어에 머무르지 않고 조직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는 세대 간 단절을 막고 내부 역량을 유기적으로 강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고용 형태의 유연성도 필요하다. 일정 나이 이후에는 계약직 또는 탄력근무 형태로 전환하고 그 자리에 신입 인재를 채용하는 식의 설계가 가능하다면 ‘같은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부 기업은 시니어가 핵심 공정을 안정적으로 담당하고, 청년 인재가 신사업을 주도하는 식의 이원화된 조직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세대 간 시너지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경력직 중심 인력 운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일정 수준의 신입 채용은 단지 숫자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조직 내 학습과 순환, 성장의 회로를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 시니어의 경험이 전수될 대상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노하우도 사라지고 만다. 신입 채용은 선택이 아니라 ‘순환 구조를 위한 투자’다.
조직이 진짜 늙는 건 평균 연령 때문이 아니라 학습과 성장의 순환이 끊겼을 때다. 젊은 세대의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축적된 경험을 다음 세대로 이어줄 수 있는 구조. 지금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이 둘을 잇는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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