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알토대는 매년 약 100개의 새로운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위성 기반 레이더기술(SAR)을 이용해 지구 관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아이스아이(ICEYE)가 대표 사례다. 2014년 창업해 최근까지 누적 투자유치 금액이 5억달러를 넘었다. 흥미로운 건 ICEYE의 창업자다. 폴란드 출신 라팔 모드제프스키가 핀란드 토박이인 펙카 라우리카와 알토대에서 의기투합해 설립했다.최근 알토대에서 만난 일카 니에멜라 알토대 총장(사진)은 “외국인 학생 비율이 전체 학생의 49%에 달한다”며 “혁신적 교육 프로그램과 핀란드의 뛰어난 삶의 질이 시너지를 내며 세계 각국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인재를 빨아들이는 힘의 원천은 ‘기업가정신’이다. 북유럽 강소국인 핀란드는 노키아가 몰락한 이후 이공계를 중심으로 융합 교육과 이를 바탕으로 한 창업 생태계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분기점은 2010년이었다. 2007년 아이폰의 출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핀란드 ‘국민 기업’ 노키아는 그해 글로벌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급기야 2011년 당시 스티븐 엘롭 최고경영자(CEO)가 위기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핀란드 정부는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헬싱키 공대, 헬싱키 경제대, 헬싱키 디자인대 세 곳을 합병해 알토대를 탄생시켰다. 세 대학의 강점을 결합해 과학기술, 비즈니스, 예술 및 디자인을 아우르는 혁신 중심 대학을 만든 것이다.
니에멜라 총장은 대학 성공의 핵심으로 ‘인재와 국제적 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가장 영향력 있고 높은 품질의 연구는 국제적 협력과 네트워크에서 이뤄진다”며 “알토대가 핀란드 혁신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인재 중심 연구 환경을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교를 이끄는 니에멜라 총장 역시 이 분야 전문가다. 그는 총장직을 맡기 전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연구자였다. 자동화 추론과 제약 프로그래밍 등 분야에서 활약했으며, 특히 산업 협력 경험을 기반으로 다수의 기업을 창업한 바 있다. 그는 “학생이 산업과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설계했다”며 “교육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배우는 것”이라는 철학을 강조했다. 뜨거운 창업 열기는 이 같은 교육 덕분이다. 2021년 알토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창업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0%는 창업의 주요 이유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꼽았다.
알토대의 또 다른 특징은 학생에게 ‘T자형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다. 학생들은 전공을 깊게 배우는 동시에 다른 분야로도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다. 예술 전공 학생이 공학이나 비즈니스 수업을 자유롭게 들으며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다. 캠퍼스 역시 창의성과 혁신성을 자극하도록 설계돼 있다. 디자인 학부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해볼 수 있는 랩을 운영 중이다. 또 학생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할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초기 비용 부담을 최소화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교내 창업 공간을 제공해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촉진하고 있다.
니에멜라 총장은 “다만 핀란드 교육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신규 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같은 해 고등교육 과정에 바로 진학하는 학생은 30% 미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헬싱키=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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